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경의중앙선 운정역을 빠져나오자, 높은 철제 가림막 뒤로 우뚝 선 타워크레인 수십 대가 눈에 들어왔다. 이달 분양을 앞두고 터파기 공사에 한창인 주상복합 단지 ‘힐스테이트 더 운정’이다. 지상 49층 초고층에 3400가구 넘는 대단지다. 분양 회사 관계자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착공 이후 집값도 크게 오르고, 주변 인프라도 속속 모습을 갖추면서 수요자 관심이 많다”고 했다.
파주 운정신도시는 개발 면적이 16.47㎢에 달하는 수도권 서북부 최대 신도시다. 2000년대 후반 개발을 시작해 이제 마무리 단계다. 인구도 25만명을 넘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물리적인 거리가 멀고 전철 교통망이 부족해 개발 초기엔 미분양이 많이 발생하는 등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운정역까지 이어지는 GTX-A노선 공사가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덜 오른 운정신도시는 현재 수도권 분양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다.
◇GTX-A노선 2024년 개통…운정에서 서울역까지 20분
운정신도시가 주목받게 된 계기는 역시 교통망 확충이다. 무엇보다 GTX 영향이 컸다. GTX-A는 2019년 6월 30일 착공했다. 정부는 2024년 6월 운정~서울역 구간을 개통할 계획이다. 현재 운정역에서 서울역까지 경의중앙선을 이용하면 45분 정도 걸린다. GTX로는 서울역까지 20여 분 만에 도착한다. GTX는 시간당 최고 180㎞로 달린다. 서울 도심과 거리가 멀수록 개통 효과가 큰데, 운정신도시가 대표적이다.
GTX-A 운정역은 운정신도시 서쪽 3지구에 들어설 예정이다. 올해 4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는 3호선 파주 연장계획도 포함돼 신도시 내에 2개 역 신설을 추진한다. 운정신도시는 이른바 자족(自足) 기능도 갖춰가고 있다. 신도시에서 북쪽 1㎞ 거리에 47만여㎡ 규모 첨단 산업단지인 운정테크노밸리가 조성된다. 지난 6월 3개 컨소시엄이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신도시 서쪽에는 국립암센터·아주대병원 등이 입주할 메디컬클러스터도 들어선다. 이뿐만 아니다. 파주에는 국가산업단지 3곳 등 총 20개 산업단지가 있어 배후 주거 수요가 탄탄하다. 산단 평균 분양률이 98%를 넘는다.
운정신도시 중심상업지구 내 상가도 속속 완공돼 생활 편의성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운정신도시에서 만난 주민 박모씨는 “작년 하반기부터 상가, 병원이 부쩍 많이 들어서면서 이젠 진짜 도시 분위기가 물씬 난다”고 했다.
◇꿈쩍 않던 집값 2년 새 2배로…미분양 ‘제로’
교통 호재가 반영되면서 운정신도시 집값은 크게 뛰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파주시 아파트값은 올 들어 10월까지 약 12.9% 올랐다. 이미 작년 연간 상승률(11.48%)을 넘어섰다.
새 아파트 청약 시장에도 수요자가 몰리고 있다. 지난 2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운정신도시 푸르지오 파르세나’는 753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2만7413명이 접수해 평균 경쟁률 36.41대1을 기록했다. 앞서 올 7월에 분양한 중흥S-클래스 에듀하이(750가구), 제일풍경채 2차 그랑베뉴(660가구)도 모두 1순위 청약에서 100% 마감했다. 와동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실거주를 원하는 30~40대 직장인 수요가 많고, 매매는 물론 임대 수요도 풍부한 편”이라고 말했다.
◇파주시 최대 주상복합단지 11월 분양
이달 운정신도시에서는 ‘힐스테이트 더운정’ ‘제일풍경채 3차 그랑포레’ ‘GTX 운정역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 3개 단지가 청약에 들어간다. 이 중 가장 입지가 우수하고, 규모가 큰 단지는 힐스테이트 더 운정이다. 지하 5층~지상 49층 13동에 총 3413가구다. 아파트 744가구, 주거형 오피스텔 2669실이다. 이달에 주거형 오피스텔을 먼저 분양한다. 전용면적 84㎡와 147㎡다. 단지 안에 신세계프라퍼티가 대규모 커뮤니티형 쇼핑공간인 ‘스타필드 빌리지’를 조성해 눈길을 근다. 힐스테이트 더 운정 관계자는 “주택보다 규제가 적은 오피스텔이고, 운정역세권에 들어서는 랜드마크급 단지이다 보니 벌써부터 관심이 많다”고 했다.
운정신도시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하고 호재도 많아 청약 열기도 높을 전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운정신도시는 각종 교통 호재가 뒷받침하고 자족시설 조성 사업도 순항해 한동안 청약 시장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