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학봉 기자의 부동산 봉다방]
금리인상과 대출 규제로 상승세에서 하락세로 바뀌는 지역이 늘어나는 등 수도권 집값이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급매물이 나오면서 올해 집값 하락을 주장하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와 용산구 한남동의 초고가 아파트는 여전히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대출 규제와 금리인상이 실수요자 주택시장에 직격탄으로 작용했지만, 가격에 신경을 쓰지 않는 초부유층 시장과 똘똘한 한채 수요가 몰리는 고가 아파트 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달 3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2월 4주(27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은평구(-0.02%)가 전주에 이어 2주 연속 하락했고 강북(-0.02%)·도봉구(-0.01%)도 1년 7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경기도에서는 시흥(-0.04%), 성남시 수정구(-0.02%), 광명(-0.01%), 안양 동안(-0.01%) 등이 하락세를 보였다.
◇금리인상, 대출규제로 전반적으로 하락추세
서울 외곽과 수도권의 실거래 가격만 놓고 보면 집값은 이미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경기도 평균 실거래가격은 3월 3억8000만원에서 9월 5억1000만원대로 급등했지만, 11월 4억6500만원, 12월 4억3000만원대로 하락했다. 과천시의 평균 거래가격도 2월 15억원에서 10월 20억원까지 치솟았으나 11월 18억원으로 떨어졌다. 성남시 분당구의 경우, 9월 14억원을 정점으로 하락 추세를 이어가며 11월 12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남양주시는 10월 5억2000만원대로 치솟았으나 11월 4억9000, 12월 4억6000만원대로 낮아지고 있다.
서울도 평균 실거래가격이 9월 11억2000만원을 정점으로 10월10억8000만원, 11월 10억6000만원, 12월 9억7000만으로 낮아지고 있다. 은평구는 7월 7억9000만원을 정점으로 11월 6억9000만원, 12월 7억1000만원까지 낮아졌다. 동대문구는 8월 9억원을 정점으로 11월 7억4000만원, 12월 5억원대로 낮아졌다. 중랑구는 8월 7억1000만원을 정점으로 9~10월 6억8000만원,1월 6억7000만원으로 낮아졌다.
두 차례의 금리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로 자금력이 약한 실수요자의 주택구매가 가로 막힌 결과이다. 이 때문에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7월 4702건, 8월 4217건, 9월 2706건, 10월 2194건, 11월 1354건으로 급감하고 있다. 경기도 아파트 거래량도 7월 1만5053건, 8월 1만3563건, 9월 9995건, 10월 7957건, 11월 4830건, 12월 2568건으로 급감 중이다. 리먼쇼크 수준의 거래 절벽이다.
집값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월간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하위 60%(1~3분위)의 서울 아파트 가격 지수는 10월을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상위 40%(4~5 분위) 아파트 가격 지수는 계속 상승중이다. 경기도도 하위 60%는 10월부터 지수가 하락하고 있지만, 상위 20%(5분위)는 상승중이다.
◇100억대 아파트 거래가 초래한 착시
하지만 강남구,용산구 등은 평균 거래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9월 20억원에서 11월 21억, 12월 22억원으로 올랐다. 용산도 8월 18억원에서 11월 24억원, 12월 31억원으로 치솟았다. 거래 급감 속에 간간히 이뤄지는 초고가 아파트 거래가 착시 현상을 발생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용산은 5월 124 건에서 10월 34건, 11월 32건, 12월 12건으로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중이다. 12월은 최종 집계가 되지 않았지만, 11월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최근 용산구 한남동 파르크한남(268㎡)은 120억원에 거래돼 전고가(115억원)보다 5억원이 올랐다. 지하 3층~지상 6층, 17가구로 가구당 주차대수가 6대로, 한강조망이 가능하다. 한남동 나인원 한남(244㎡)도 최근 거래가가 90억원으로, 전고가(79억원)보다 11억원 올랐다. 이들 아파트에는 한류스타와 재벌 3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초고가 주택은 대출규제나 세금과는 무관한 시장이다. 100억원대 주택은 보유세만 2억원에 육박한다. 연간 수입이 수십억원,수백억원에 달하는 CEO, 한류스타, 재벌 3세 등이 주요 수요자들이기 때문이다.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에 압구정동, 여의도도 신고가
재건축 추진일정을 단축하는 오세훈 시장의 ‘신통기획(신속 통합기획)’ 호재로 여의도와 압구정동의 재건축아파트도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압구정동 현대2차(160㎡)가 최근 60억2000만원에 팔렸는데, 지난 9월 실거래가는 58억원이었다. 여의도 서울아파트 전용 139㎡는 지난 4월 35억4000만원에서 최근 40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등의 신고가 행진은 똘똘한 한채 수요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