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당인리 발전소 인근의 한 단독주택은 작년 말 지하 1층~지상 2층짜리 건물로 바뀌었다. 세입자가 살던 월세 100만원 집을 근린생활시설로 용도 변경해 꽃가게와 카페를 들였다. 두 가게에서 월세 420만원이 나온다. 이 건물 맞은편과 옆에 있던 단독주택도 용도 변경을 거쳐 음식점, 카페, 사무실로 바뀌었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을 대폭 늘리면서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을 근린생활시설로 바꾸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전체로 보면, 주로 민간 임대주택으로 공급되던 주택 수가 줄어든 것이다. 이런 추세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취득세·양도세를 대폭 강화한 2020년 7월 ‘7·10 부동산 대책’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축 행정 시스템 ‘세움터’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해당 규제가 발표되기 전인 2020년 6월까지 서울에서 단독주택을 1·2종 근린생활시설로 용도 변경한 건물은 총 3377동이었다. 하지만, 이후 1년 반(2020년 7월~2021년 12월) 사이엔 총 5811동이 용도를 바꿨다. 월평균 187건에서 322건으로 72% 늘어난 것이다. 단독주택은 1가구, 다가구주택은 최다 19가구라는 점에서 한 동에 평균 5가구가 거주하는 것으로 계산하면 1년 반 사이 서울에서 2만 가구가 살 수 있는 집이 사라졌다고 추정할 수 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20년 말 기준으로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94.9%로 2012년 수준(94.8%)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주택 수를 줄이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말한다. 다주택자는 취득세만 8~12%인데, 근린생활시설은 기존 주택 수와 관계없이 취득세가 4.6%로 고정돼 있다. 이에 전·월세로 공급하던 주택을 근린생활시설로 바꾸는 다주택자가 많아졌다. 김종석 에이티쿠움파트너스 대표는 “수십억원이 오가는 거래에서 세금 1% 차이는 수익률과 직결된다”며 “개정된 주택임대차법으로 전·월세 임대료도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택보단 상가로 바꾸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전·월세가 저렴한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이 줄면서 무주택 서민들의 불편만 가중된다는 지적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규제를 강화하면 다주택자가 보유한 집이 대거 매물로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시장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며 “무리한 규제가 서민층의 피해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