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대선 이후 짙어진 관망세로 서울 아파트 거래가 실종됐지만 여전히 현금 동원력을 갖춘 서울 무주택 수요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6일 진행된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 2가구 무순위 청약에 17만명에 가까운 사람이 몰린 것이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고덕주공7단지 재건축)’ / 다음 로드뷰

이번 청약은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이지만 서울 무주택 세대주로 자격이 한정된데다가 주택담보대출도 받을 수 없어 7억원대 분양가를 현금으로 동원해야해 부담이 컸다. 청약을 취소할 경우 향후 10년간 재청약이 불가능해 일명 ‘묻지마 청약’이라 불리는 가수요도 많지 않았다는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거래 실종 상황이 집 값이 고점이라는 인식과 향후 부동산 규제의 향방을 살피기 위한 관망세일 뿐, 수억원의 현금 동원력을 갖고 있는 서울 아파트 매매 수요는 여전이 많다는 뜻”이라고 해석한다.

1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6일 진행한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 계약 취소분 2가구(전용 84㎡) 무순위 청약에 16만8644명이 몰렸다. 경쟁률만 8만4322대 1에 달한다.

이번 무순위 청약은 ‘10억 로또’라는 소문이 나면서 주목을 받았다. 현재 같은 평형의 매매시세는 16억2000만~18억원 수준인데 5년 전 분양가인 7억2500만원(2층), 7억9400만원(26층)에 공급되기 때문이다. 최소 9억~10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 청약에 사람이 몰린 것을 두고 “부동산 시장의 수요는 여전하다”고 말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무주택 세대주로 자격이 제한되고, KB국민은행 기준 아파트 시세가 15억원이 넘어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했는데도 추첨제·저렴한 분양가를 노린 사람이 17만명 가까이 몰렸기 때문이다. 당첨되면 분양가의 10%를 계약금으로 납부하고, 2개월 뒤인 5월 31일에 나머지 90%에 해당하는 잔금을 모두 치러야 한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수억원의 현금을 즉각 동원할 수 있으면서 주택 수요를 갖고 있는 무주택자들이 아직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당첨자 발표는 2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