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거센 가운데, 용산 지역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용산 주민과 부동산 전문가 사이에선 “용산이 명실상부한 서울의 중심이 되면서 추진 중인 대형 개발 사업에 속도가 붙고, 부동산 미래 가치에도 긍정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대통령 경호 등의 문제로 지금 청와대 주변처럼 고층 개발이 제한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한편 청와대 인근 주민들은 “집회·시위가 줄어 주거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며 환영 일색이다.
◇ ‘용산 르네상스’ 탄력 받나 … “대형 개발사업 빨라진다” “대한민국 얼굴·정치 1번가 부상” “국제업무지구·재개발 탄력” 기대
22일 용산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통령실 이전으로 용산이 ‘대한민국 정치 1번지’가 되면 기존에 추진하던 대형 공공 개발 프로젝트에 호재가 될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현재 미군 기지 이전 부지를 국가 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 용산역 서쪽 정비창 부지를 활용한 국제 업무 지구 개발이 진행 중이다. 한남동·후암동·남영동·한강로동 일대 재개발과 이촌동 아파트 재건축 등 민간 정비 사업도 많다.
이촌동에 사는 이모(38)씨는 “용산이 ‘나라의 얼굴’이나 마찬가지인데, 정부가 낙후된 상태로 방치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영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서울시도 오세훈 시장 취임 후 개발에 적극적이어서 주거 여건이 좋아지고, 상권 활성화를 기대하는 주민이 많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고도 제한’은 큰 지장이 없을 전망이다. 이미 국방부 주변은 ‘대공방어협조구역’으로 고도 제한이 있다. 하지만 서울시에 결정권이 위임돼 있고, 고도 제한도 77~257m여서 큰 의미가 없다는 평가다. 여의도 63빌딩 높이가 250m다. 이미 국방부 반경 500m 거리에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37층), ‘용산파크자이’(34층) 등 고층 건축물이 다수 있다.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일부 불안 여론이 나오자 인수위는 20일 “집무실 이전으로 인한 추가 규제는 없다”고 밝혔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21일 “건축 제한은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는데 대해 (당선인 측과) 충분히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다.
◇“경호 문제로 재개발 밀리나” 우려도
인수위의 약속에도 일부 주민 사이에선 “보안·경호상의 이유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거 시설 낙후가 심각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삼각맨션과 한강로1가 158번지 일대가 대표적이다.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과 국방부 사이에 낀 지역으로 국방부 담벼락에서 불과 100~200m쯤 떨어져 있다. 이런 위치에 재개발·재건축으로 고층 아파트가 생기는 것을 정부가 놔두지 않을 것이란 게 주민들 생각이다. 인근 P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대통령 경호나 보안상의 이유로 재개발·재건축이 중단되는 것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지역은 이미 30층 이상으로 재건축·재개발 계획이 확정됐기 때문에 이를 뒤집는 규제가 생길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주요 국가 시설인 국방부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사업 계획이 세워진 데다가 주변에 이미 초고층 건물이 많아 기존 계획을 뒤집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 주변 주민들은 반색
한편 삼청동·청운동·효자동 등 청와대 인근 주민들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경복궁역 근처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과거 촛불 집회와 최근 조국 사태에 이르기까지 청와대 주변에서 집회나 시위가 있을 때면 주민들이 소음과 사생활 침해, 쓰레기 투기 등으로 불편을 겪었다”고 전했다.
청와대 주변의 규제가 완화되면서 재개발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청와대 주변은 건물 높이가 20m 이하로 제한되는데 이는 청와대뿐만 아니라 경복궁·인왕산 등 주변 문화재와 자연경관을 보호한다는 취지도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주변에 문화재가 많고, 청와대도 공원 등 시민을 위한 공적(公的) 기능을 할 것이므로 단기간에 고도 제한이 없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