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에서 만난 공인중개사들은 “대선 이후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작년 가을부터 완전히 끊겼던 매수 문의가 들어오고, 집을 팔려고 내놓았던 집주인들은 “좀 더 지켜보겠다”며 매물을 거둬들인다고 했다. 아직 거래가 활발하진 않지만, 지난달 25억원까지 떨어졌던 전용면적 84㎡(34평형) 호가(呼價)가 28억원대로 올랐다. 중개사 정모씨는 “새 정부가 재건축 밀어준다고 하니 급하게 팔려던 매물도 들어가는 분위기”라며 “이런 분위기라면 조만간 최고가 기록도 깨질 것 같다”고 했다.
①재건축 규제 완화에 집값 과열 걱정
‘공약 추진’과 ‘집값 안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윤석열 당선인의 부동산 딜레마가 가장 먼저 감지된 곳은 서울 재건축 시장이다. 윤 당선인은 안전 진단 기준 조정,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분양가 규제 합리화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는데 실제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지는 아직 정한 것이 없다. 그런데도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재건축 폭등이 시작된다”는 글이 넘쳐나고, 일부 유튜버는 “지금이 절호의 투자 기회”라며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 서울 일부 재건축 단지에선 3월 들어 직전 최고가보다 수억원씩 오른 가격에 계약이 이뤄지는 모습이다.
규제 완화 공약 때문에 집값이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에 인수위 안에서도 ‘속도 조절’ 목소리가 나온다. 인수위는 지난 25일 국토교통부 업무 보고를 받은 뒤 “시장 불안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30일에도 “세제·대출·재건축 규제 완화 등이 단기적 시장 불안 요인이 되지 않도록 면밀한 이행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다시 강조했다. 인수위가 준비하는 대책으로 재건축 아파트 거래 금지 시점을 늘리거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해 실거주자가 아니면 거래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규제를 풀기도 전에 부작용부터 걱정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지나치게 여론에 휘둘린다”는 반응도 나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규제 완화로 인한 단기적 집값 상승보다 공급 확대에 따른 중장기적 시장 안정 효과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②종부세 낮추면 다주택자 집 안 팔 수도
과도한 부동산 세금을 정상화하겠다는 공약은 세부 항목끼리 충돌하는 모순이 발견된다. 다주택자의 주택 매각을 유도하기 위해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낮추면서 보유세도 완화하기로 한 대목이다. 공약집에는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해 ‘보유 주택 수에 따른 차등 과세를 가격 기준 과세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있다. 다주택자에게 적용하는 최고 6%인 종부세 중과 세율을 없앤다는 의미다. 인수위는 또 다세대·연립이나 소형 오피스텔을 종부세 과세 대상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과도한 세금으로 집을 갖고 있지도, 팔지도 못하는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마련해주자는 취지에서 양도세를 완화하는 것인데, 보유세까지 같이 낮추면 다주택자는 팔 이유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③임대사업 활성화, 소형 아파트값 자극 우려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려고 준비한 공약도 고민거리다. 특히 임대 사업자 혜택을 늘리는 공약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기간 세를 주는 임대 사업자에게 종부세·양도세 혜택을 줘 전·월세 공급을 늘리고,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취지다. 하지만 임대 사업자에게 주는 혜택을 늘리는 것이 다주택자에게 주택을 처분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를 줄 수 있어 매매 시장 안정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대주택으로 등록 가능한 중저가 아파트에 매수 수요가 몰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도 집권 초기인 2017년 ‘8·2 대책’에서 임대 사업자 혜택을 늘렸다가 이후 집값이 급등하자 점진적으로 혜택을 축소했고, 2020년 ‘7·10 대책’에서 아예 제도를 사실상 폐지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1주택자의 실거주 의무같이 과도한 규제부터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지난 5년간 과도한 규제로 왜곡된 부동산 시장을 정상으로 되돌리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단기적 부작용을 너무 의식하기보다는 일관성 있는 정책 기조를 유지해 시장 기능을 복원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