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지난 1월 외벽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화정 아이파크’에 대해 무너진 201동을 포함한 8개 동(棟), 847가구 규모 단지 전체를 철거하고 새로 짓기로 결정했다. 사고 피해자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반발 여론에 최근 들어 정치권까지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며 가세하자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HDC현산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후 피해보상을 위한 대화를 이어왔지만 입주 예정자들의 불안이 계속됐고 회사 또한 신뢰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에 입주 예정자들의 요구를 전면 수용해 8개 동을 모두 철거하고 새로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HDC현산은 정밀안전진단을 받은 후 전체 또는 일부 동의 재시공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입주 예정자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대선 후에는 정치권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여론이 더 악화하기 전에 전면 재시공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19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 위원들이 사고 유족과 입주 예정자들을 만났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사고 현장을 찾아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난다면 기업은 망하고 공무원은 감옥에 가야 한다”며 “시민과 피해자, 입주 예정자 편에 서겠다”고 말했다.
HDC현산은 화정 아이파크 철거 및 재시공에 약 70개월(5년 10개월)이 걸리고, 2000억원 안팎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앞서 HDC현산은 지난달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붕괴 사고로 인한 손실 추산액이 1754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번 추가 비용까지 더하면 총 손실은 약 3700억원으로 늘어난다. 정 회장은 “앞으로도 안전에 관해서라면 회사에 어떤 손해가 있더라도 고객과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후 원희룡 후보자는 SNS(소셜미디어)에 “현대산업개발의 고뇌에 찬 결단이 우리나라의 안전 문화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