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월세 거래가 사상 처음으로 전세 거래를 추월했다. 2020년 7월 주택임대차법 개정 후 전세금이 급등한 데다 최근 대출 금리까지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심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월셋집을 찾는 사람끼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월세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전국에서 이뤄진 임대차 거래 중 월세의 비중이 50%를 넘어 전세 거래량을 처음으로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전국의 전월세 거래는 총 25만8천318건으로, 이 가운데 월세가 50.4%(13만295건)를 차지해 전세 거래량(12만8천23건·49.6%)을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월세 거래량이 50%를 넘고 전세 거래량을 추월한 것은 정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전월세 안내문. 2022.5.31/연합뉴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전·월세 주택 거래 25만8318건 중 50.4%(13만295건)가 월세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전세 거래는 1.4% 늘어난 반면 월세 거래는 63.5% 급증하면서, 2011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월세 거래가 전세를 추월한 것이다. 올 1~4월 누적 거래량 기준으로도 월세 비율은 48.7%로 작년(42.2%)보다 6.5%포인트 높아졌다.

전통적으로 전세 선호도가 높았던 국내 임대차 시장이 월세 우위로 돌아선 것은 2020년 7월 임대차법 개정이 결정적이었다. 법 개정 후 첫 전세 계약 갱신 때 전세금 인상률 상한(5%) 이내에서 보증금을 올렸던 집주인들이 4년 치 보증금 상승분을 한 번에 올리면서 전세 거주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작년 8월부터 기준금리가 5차례 인상된 여파도 컸다. 시중은행 전세 대출 금리가 5%대로 치솟으면서, 서울은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환산하는 전·월세 전환율 3.19%(5월 기준)를 크게 앞질렀다. 보증금 1억원을 기준으로 연간 이자(약 500만원)보다 월세(319만원)가 더 적다는 의미다.

월세 수요가 커지면서 월세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102.3으로 1년 전보다 6.95% 오르며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