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시장에서 전셋집이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지난달 전국 임대차 계약 10건 중 6건이 월세 거래로 나타났다. 시중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8월부터 2년 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가 전세 수요로 가세하면 전·월세 시장 불안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대법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전·월세 거래 34만9073건 중 57.8%(20만1621건)가 보증금과 별도로 월세를 받는 거래였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 4월 월세 비중(50.1%)이 전세를 추월했고, 한 달 만에 8%포인트 가까이 더 올랐다.

2020년 7월 말 주택임대차법 개정 이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전세 소멸’ 현상에 속도가 붙었다. 계약갱신청구권(2+2년)과 전·월세 상한제(5%룰) 시행 직전인 2020년 7월 월세 거래 비중은 38.9%에 그쳤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세입자들이 월세를 선호해서가 아니라 전세가 부족하고 전세금이 급등한 탓에 어쩔 수 없이 월세 계약을 맺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 들어 시중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것도 전세의 월세화를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작년 8월부터 기준금리가 4차례 오르면서 시중 전세대출 금리가 5%대에 육박, 전·월세 전환율(3.19%·5월 서울 기준)을 앞지르고 있다. 보증금 1억원을 대출받을 때 내는 연간 이자(500만원)가 같은 액수의 보증금을 월세로 돌릴 때의 지출(319만원)보다 비싸다는 뜻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저렴하게 세를 주는 임대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주거나 1주택자 실거주 요건을 완화해 전세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