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한일시멘트 단양공장에서 운송을 재개한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의 모습./연합뉴스

화물차주의 안전운임제 연장을 둘러싼 국토교통부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협상이 14일 타결됨에 따라 이 제도의 또 다른 당사자에 해당하는 시멘트 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안전운임제가 올해를 끝으로 종료될 것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또 다시 운임비 급등을 초래하는 제도에 끌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15일 한국시멘트협회는 정부와 화물연대의 협상 타결과 관련해 “1000억원대 손실에 그치는 상황에서 파업이 종료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시작된 파업이 매일 업계에 150억원의 매출 손실을 가져오던 상황에서 업무 재개가 가능해진 점을 평가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같은 공식 입장과 달리 업계 내부에서는 이번 협상을 두고 “시멘트 산업은 안중에 없는 정부가 노조에 굴복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시멘트 업계의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채 파업에 의한 피해만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시멘트업계는 특히 그간 파업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않은 점을 꼬집는다. 한 시멘트 업체 관계자는 “파업으로 인한 업계 손실만 1000억원에 이르는데 어디 구상권 청구할 수도 없이 정부와 노조끼리만 합의를 해버렸다”며 “결국 화물연대가 파업만 하면 다 들어준다는 선례를 남긴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시멘트 운전기사들은 어제(14일) 밤 협상 타결을 기다렸다는 듯이 새벽 내내 시멘트를 운반하고선 돈을 받아가는데 얄미울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협상 타결 직후 그간 꽁꽁 묶였던 시멘트 수급은 급속도로 정상화되고 있는 중이다. 협상 타결 직후 밤새도록 레미콘 공장으로 시멘트가 운반됐고, 레미콘 공장도 15일 오전 8시부터 정상적인 출고를 시작했다.

이번 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시멘트 업계가 일말의 기대를 품고 있는 부분은 향후 이뤄질 국토부의 안전운임제 시행성과 보고다. 이번 협상에서 양측은 국회 원 구성이 완료되는 즉시 국토부가 안전운임제의 성과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합의했는데, 안전운임제 시행의 실효성이 별로 없다는 보고를 내놓으면 안전운임제를 연장하는 기간이 단축되거나 아예 제도를 폐지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안전운임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존의 과로·과속·과적을 막겠다는 취지와는 달리 그저 화물기사들의 임금만 올려준 제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희망고문에 불과할지 모르겠지만 국토부가 이제라도 제 역할을 해줄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가 가장 강력히 문제삼는 현행 안전운임제의 요소는 원가 상정 부분이다. 안전운임제는 매년 안전운임위원회에서 이듬해 운행 단가를 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연비, 운행횟수 등 기준을 모두 차주의 설문조사에 의존하다보니 차주가 통계를 조작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한 시멘트 업체 물류팀장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하면 안전운임제에 따른 운행단가가 얼마나 터무니 없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노조 얘기만 듣지 말고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