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금리 인상에 아파트 매매와 전세 시장은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월세 가격은 가파른 오름세를 타고 있다. 대출 금리가 단기간 급등하면서 이자보다 월세가 더 저렴해지자 자발적으로 월세를 선택하는 사람이 생겨났고, 이렇게 늘어난 수요가 월세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의 한 부동산업체에 걸린 광고 모습./뉴시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전국 아파트 월세 가격은 1.03% 올랐다. 같은 기간 매매 가격이 0.06% 내리고 전세 가격이 0.13% 하락한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작년 같은 기간 월세 상승률(1.26%)에 비하면 낮은 편이지만, 2020년(0.24%), 2019년(-0.73%)과 비교하면 여전히 급등에 가까운 수치다. 서울 역시 올 들어 아파트 매매(-0.17%)·전세(-0.3%) 가격은 내렸지만 월세는 0.41% 올랐다.

이 같은 월세의 ‘나 홀로 상승’은 지난 정부의 임대차 규제와 금리 상승이 낳은 결과물로 해석된다. 2020년 7월말 주택임대차법 개정 후 전셋값이 급등한 탓에 당장 현금이 없는 세입자는 대출 말고는 돈을 조달할 방법이 없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5차례 오르며 시중 전세대출 금리가 5%대에 육박하게 되자 세입자들이 월세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실제 전국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의 비율은 올해 1월(46.0%)에서 4월 50.1%로 절반을 넘어섰고, 지난달에는 57.8%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월세 가격이 계속 오르면 다시 전세 또는 매매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임대차법 개정 2년이 되는 올해 8월 이후 갱신 계약이 끝난 세입자들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전·월세 수요가 단기간에 급증해 임대차 시장 전반이 불안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부 역시 전·월세 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다음주 중 대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정부가 보증하는 저리 전세대출의 요건을 완화하거나 대출 원리금 및 월세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높여주는 식으로 세입자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들이 거론된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장기적으로 전·월세 상한제 등 규제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수정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