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국 17개 시·도 전역에서 월세 거래가 전세 거래를 모두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전세 보증금과 가파르게 치솟는 전세 대출 금리 탓에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21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전국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계약 34만8066건 중 월세 거래는 20만1112건으로 전체 임대차계약의 57.8%를 차지했다. 올해 1월만 해도 전체 임대차계약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6%였다. 그런데 지난 4월(50.1%) 처음으로 월세가 전세 거래량을 넘어선데 이어 지난달에는 그 비중이 더욱 커진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제주가 전세 778건, 월세 4565건으로 월세 비중(85.4%)이 가장 높았다. 이어 충남(65.2%), 울산(61.9%), 대구(61.6%), 경북(61%) 등이 높은 월세 비중을 나타냈다. 수도권에서는 서울이 57.4%로 가장 높았고, 경기는 56.7%, 인천은 53.5%를 기록했다. 지난 4월만 해도 전남(41%), 충북(43.5%), 인천(43.9%) 등 월세 거래가 전세 거래를 밑도는 시·도가 7곳 있었다. 그러나 5월에는 전국 17개 시·도 모두 월세 거래가 전세 거래를 앞질렀다.
이는 전세 보증금이 워낙 비싼데다 전세 대출 금리까지 급격히 오르면서 임차인들의 월세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 4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평균 금리는 5월 말 기준 연 3.26~5.35%로, 이미 5%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8월 말(연 2.71~3.64%)과 비교하면 2%포인트가량 오른 수준이다. 반면 KB국민은행 기준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전환율은 3.19%로 전세 대출 금리보다 상당히 낮다. 보증금 1억원을 월세로 돌릴 경우 연간 내야 하는 월세(319만원)가 연간 이자(500만원)보다 더 싸다는 뜻이다.
월세를 찾는 임차인들이 늘면서 전국 월세가격도 가파르게 오르는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아파트, 단독·연립주택) 월세가격지수는 0.1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세 가격이 0.01%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가 이날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을 내놓았으나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은 여전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