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주택 수요가 급감하며 서울 외곽에서 시작된 집값 하락세가 마·용·성 등 한강변을 지나 강남3구 중 한 곳인 잠실까지 확산하고 있다. 잠실을 대표하는 3대 아파트인 ‘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등 이른바 ‘엘·리·트’가 지난 5~6월 사이 직전 대비 억 단위로 떨어진 가격에 잇따라 실거래가 이뤄졌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주변 아파트 단지 모습./뉴스1

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잠실 트리지움 전용면적 84㎡는 작년 9월 24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는데, 올해 5월 초 이보다 3억원 가까이 낮은 21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기존 최고가가 18층이고 5월 초 거래는 4층이라는 점에서 동일 선상 비교는 어렵지만, 5월 중순과 6월 초에 26층, 22층이 23억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1억원 넘게 떨어진 셈이다.

앞서 리센츠도 전용 84㎡가 직전 최고가 대비 4억원 떨어진 22억5000만원에 지난 5월 거래됐고, 엘스 역시 최고가(27억원·작년 10월)보다 최근 실거래가(23억5000만원)가 3억원 넘게 떨어졌다. 엘·리·트 만큼 주거 선호도가 높은 레이크팰리스, 행정구역상 잠실은 아니지만 같은 생활권인 신천동 파크리오도 실거래가가 최고가 대비 1억원 넘게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똘똘한 한채’ 수요가 몰리는 강남3구가 지금까진 다른 지역에 비해 주택 수요 위축의 영향을 덜 받았지만 시장 침체 분위기가 장기화하면 결국 영향을 피해갈 순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원 집계로 서울 주간 아파트 가격은 지난주 서초구(0.02%)를 제외하고는 모두 떨어지거나 보합을 기록했다. 송파구는 0.02% 하락했고, 대통령실 이전 호재에 한동안 반짝했던 용산구와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강남구도 보합을 기록했다. 서초구가 나홀로 상승을 이어가고 있는 것 역시 압구정, 대치, 삼성 등 강남구 인기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는 “시세 32억원짜리 아파트를 30억원에 팔고 잔금도 빌려드린다”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본인을 다주택자라 소개한 글쓴이는 강남구 청담동 소재 시세 32억원짜리 아파트를 급하게 처분하느라 호가를 2억원 낮췄으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갭투자가 어려운 만큼, 14억원을 집주인이 매수자에게 빌려주고 2년이 후 돈을 돌려받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처럼 사정이 급한 매도자가 돈을 적게 받고 일단 집을 처분하는 것은 매년 보유세 과세기일(6월 1일) 직전에 가끔씩 나타나던 현상인데, 6월 1일이 지난 시점에 이런 글이 올라온 것은 이례적이다. 해당 글은 지금 삭제된 상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오랜 기간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서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고, 금리도 오르면서 수요는 계속 줄어드는 분위기”라며 “시장 전체가 위축되면 결국 강남권 인기 아파트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