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새 정부 업무보고와 관련해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금껏 공공이 시행하는 개발사업에만 제공되던 인허가 간소화, 세금·건축규제 완화 등 각종 인센티브가 앞으로는 민간 재개발·재건축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기존 공공 개발 후보지 역시 주민들이 원하면 민간 개발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또 디딤돌 대출을 이용중인 사람들 중 변동금리를 적용받아 최근 이자 부담이 커진 차주들에게는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심야 시간 택시 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플랫폼 택시에 대한 요금 탄력적용제도 도입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8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2년 핵심 추진과제’를 보고했다. 국토부의 주요 과제는 민생안정 및 경제위기 극복, 신성장동력 확충, 공공혁신·규제개혁 등 크게 3가지다.

◇민간 개발에도 ‘인센티브 패키지’ 적용

윤석열 정부의 대표 부동산 공약이 250만호(서울 50만호) 공급인 만큼, 국토부 업무보고 역시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국토부는 주택 공급 활성화를 통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해 ‘민간 제안 도심 복합사업’이라는 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던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의 적용 대상을 민간 사업으로까지 넓힌 개념이다. 조합, 신탁사, 리츠 등 사업자가 요청하는 경우 기부채납, 임대주택 건설 등 공공 기여를 하는 조건으로 용적률 완화, 인허가 절차 간소화,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 패키지’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토부는 공급 효과를 높이기 위해 서울 등 도심과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역세권, 3기 신도시 등 수요가 많은 지역 위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민간 제안 도심 복합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국토부는 새로운 법을 만들 예정이며, 정부 관계부처 및 국회 협의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에 어떤 인센티브가 부여될지 확정된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올릴 수 있었는데, 기존 공공 사업구역들의 대거 이탈을 막기 위해 이보다는 조금 낮은 수준의 인센티브가 부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공 주도 개발이 진행되던 곳도 주민들이 원하면 민간 제안 도심 복합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총 76곳이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로 지정됐는데 이 중 40곳 이상이 반대 의사를 밝힌 상태다. 김수상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동의율 낮고 수익성이 낮아 변환을 원하는 곳이 있으면 특별히 막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또 교통, 환경, 경관, 건축 등 산발적으로 진행돼 시간이 오래걸리고 중복 업무가 많아 사업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받던 각종 인허가 절차를 병합해 소요 기간을 3~4년에서 2~3년으로 1년 단축시키기로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도입한 ‘신속통합기획’을 전국으로 확산하는 셈이다.

◇심야 택시대란 막으려 탄력요금제 도입

국토부는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디딤돌 대출과 같은 정책모기지 변동금리 차주에게 한시적(6개월)으로 고정금리 대출로 대환하는 것을 허용키로 했다. 변동금리로 1억4000만원을 빌린 차주는 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고정금리로 바꾸면 연평균 85만원 이상의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현재 약 9만4000명이 디딤돌대출 변동금리를 사용하고 있다.

국토부는 국민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아파트 관리비도 절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소수 업체에 의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아파트 관리산업 자체를 선진화하고 기업 간 경쟁을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기존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아파트)에 관리비 정보를 공개하는 단지 기준을 300가구 이상에서 50가구 정도로 낮추고 단지별, 관리비 부과 항목별로 비교 시스템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또 심야 시간 택시 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카카오택시 등 플랫폼 택시에 대한 탄력요금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본 요금과 거리별 요금이 정해져있는 기존 방식과 달리 호출 시점의 실시간 수요·공급에 따라 요금이 달리 책정되는 방식이다. 원희룡 장관은 “요금이 너무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 효과에 대한 업계, 전문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고, 신규 택시 공급 확대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안 주춤했던 해외건설 수주 확대를 위한 종합대책도 8월중 발표될 예정이다. 2010년 716억달러에서 지난해 306억달러로 쪼그라든 해외 수주를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500만달러까지 회복시키는 게 목표다. 국토부는 또 공공 분야 혁신을 위해 관련 위원회 60개 중 절반 이상을 없애고 산하기관에 대한 부채감축, 방만경영 개선 등 개혁을 지속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