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돼있다. /뉴스1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3년 3개월 만에 하락했다. 금리 인상으로 전세 대출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전세 수요자가 대거 월세 시장으로 이동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26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7788만원으로 지난달(6억7792만원)보다 4만원 내렸다. 하락 폭은 미미하지만, 서울에서 아파트 전셋값이 내린 것은 2019년 4월 이후 처음이다. 7월 경기도 아파트 평균 전셋값(3억9161만원)도 2019년 7월 이후 3년 만에 하락했다.

수도권 전셋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전셋집을 찾는 수요가 줄고, 매물이 쌓인 영향으로 보인다. 2020년 7월 말 주택임대차법 개정 후 전셋값이 가파르게 치솟았고, 최근 금리 상승으로 대출로 전세 보증금을 마련해 이자를 무는 것보다 월세를 내는 게 더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서울 평균 전셋값은 2년 전(4억9922만원)과 비교하면 36%나 올랐다. 새로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수요자에겐 부담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은행권 전세대출 금리가 5%대로 치솟으면서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4.2%)을 웃돌고 있다. 1억원을 대출받는 연간 이자(500만원)보다 보증금 1억원을 월세로 전환할 때 1년 치 임대료(420만원)가 더 저렴하다는 뜻이다.

전세 매물도 쌓이고 있다. 아실 집계로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이날 기준 3만1591건으로 한 달 전(2만7985건)에 비해 12.8% 증가했다. 경기도 역시 아파트 전세 매물이 한 달 사이 15.8% 늘었다.

월세 수요가 늘면서 최근 월세 가격은 오름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셋값(신규 계약)은 작년 하반기보다 평균 1418만원 떨어졌지만, 월세 거래 가격을 보증금으로 환산한 금액은 평균 719만원 올랐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하면서 당분간 월세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