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식량 가격과 유가 하락 등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는 가운데 주요 건설자재인 철근 가격도 급락하며 1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8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동국제강 등은 8월 건설사에 공급하는 철근 기준가격을 t당 15만4000원 내린 92만5000원으로 조정했다. 올해 초 t당 104만원 수준이던 철근 가격은 지난 5월 111만원까지 올랐다가 3개월 연속 하락, 작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했다.
철근 가격 하락은 원료인 스크랩(고철) 가격이 내린 영향이다. 고철 가격은 생철 기준 t당 52만원으로 전월보다 19.4%(12만5000원) 내렸다. 세계적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철강재 수요가 줄었고, 고철을 쓰는 전기로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반기 건설 수주가 전년 동기보다 3.7%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시장 전망이 어두워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크다.
반면 철강 업체들은 실적 방어를 위해 고부가 제품인 자동차 강판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방침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최근 2분기 실적 발표 후 하반기 자동차 강판 가격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강판 가격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현대차·기아와 협상해 결정한다.
철강 업계가 자동차 강판 가격을 올리겠다고 밝힌 것은 조선용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등 다른 철강재에 비해 그동안의 인상 폭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강 업체들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세 차례 후판 가격을 70만원 정도 올렸는데, 같은 기간 자동차 강판 가격은 약 40만원 인상하는 데 그쳤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강판 가격에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해 추가 인상 요인이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