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보다 주택 수요가 적은 지방 부동산 시장도 집값 급락에 울상이다. 특히 대구 등 일부 지역에선 ‘공급과잉’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대구는 지난 7월 수성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으나, 주택 경기 침체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 시·군·구에서 아파트 값이 가장 많이 내린 곳은 대구 달서구(-7.82%)다. 세종(-7.11%)에 이어 대구 중구(-6.23%)·달성군(-5.28%)·수성구(-5.18%)가 차례로 하락률 톱5에 들었다. 7월 말 기준 대구 미분양 물량은 7523가구로, 작년 말(1977가구)의 4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미분양이 쌓이면서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파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도 쏟아지고 있다. 대구 중구 태평로3가 ‘대구역 경남 센트로팰리스’는 전용면적 84㎡ 매물이 분양가보다 9000만원 낮은 4억3000만원에 나와 있다. 서구 평리동 일대에서도 분양가보다 3000만~4500만원 낮게 내놓은 매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 대구에선 역대 최다인 3만4000여 가구의 새 아파트가 추가 공급될 예정이다.
세종시에선 직전 최고가보다 매매 가격이 반 토막 난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소담동 ‘새샘마을5단지’ 전용 59㎡는 지난달 27일 직전 최고가(6억1500만원)보다 2억5000만원 하락한 3억6000만원에 팔렸다. 7월 ‘새샘마을9단지’ 전용 84㎡는 직전 최고가(10억3000만원)의 절반 수준인 5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세종은 8월 전국에서 유일하게 아파트 값이 1% 넘게(-1.26%) 내렸다. 대전은 8월 미분양 주택이 763가구로, 7월(509가구)보다 50% 늘었다. 부산은 해운대구, 수영구 같은 인기 주거지 집값까지 하락세로 돌아섰다. 부산 아파트 값 변동률은 6월 -0.04%에서 7월 -0.15%, 8월 -0.44%로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로 지방 분양 시장 전망도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9월 세종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33.3으로 전월보다 46.7포인트 급락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돌수록 아파트 분양이 잘 안 될 것이라는 뜻이다. 경북(42.1), 충북(35.7), 경남(40.0) 등도 지수가 한 달 사이 20포인트 넘게 내렸다. 지방 광역시 중에선 부산(38.5)과 대구(39.3)의 지수가 40을 밑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