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추진을 시작했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의 부작용 가능성을 국토교통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집값 하락이 지속되면 공시가격이 시세를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요지다.
6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으로 인해 공시가격과 시세 간 역전현상, 구간별 현실화율 차등 적용에 따른 형평성 침해 등의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20년 11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발표하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의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당시 시세의 60% 내외)을 2030년까지 시세의 90%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후 집값 급등 여파로 공시가격도 가파르게 오르면서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의 세금 부담도 급격하게 늘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시 강북구와 도봉구, 대구 수성구, 달서구, 세종시, 수원 영통구 등에서 재산세 납부 시점인 2022년 7월의 부동산 시세가 1년 전 시세 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정부 목표대로 공시가격을 시세의 90%로 설정하면 최근과 같은 집값 하락 시점에 공시가격이 시세를 역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유경준 의원은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더 높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집값은 떨어졌는데 세금은 오히려 증가하게 돼 국민적인 조세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가 아니더라도 1년 사이 부동산 평균 실거래가가 전년 동월 대비 10% 이상 하락한 사례는 다수 확인됐다. 유 의원실에서 주택가격 하락기의 주요 지역 주택가격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서울 동남권 지역은 1년 전 대비 약 20% 가까이 집값이 하락했고 2018~2019년 조선업 불황 시기에도 울산, 경남의 주택 가격이 10% 이상 떨어졌다.
국토부는 시세 변동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높은 가격일수록 현실화율 반영이 더 높아진다는 예시를 제시하며 구간별 현실화율 차등 적용시 발생하는 부작용도 인정했다. 특히 15억원 이상 단독주택의 경우 시세 변동이 없어도, 매년 8% 정도 공시가격이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유 의원 측에게 “현행 현실화 계획은 가격 구간별로 현실화율 목표 달성 기간을 다르게 설정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계획 이행과정에서 국민 부담이 가중된 측면이 있다”며 “일부 주택의 경우 매년 3~4.5% 수준으로 현실화율을 제고해 시세 변동외 현실화 제고 효과로 더 높은 공시가격 상승이 발생해 보유 부담이 더욱 증가했다”고 밝혔다. 공시가격 현실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형평성 논란에 대한 문제를 인정한 셈이다.
유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사실상 증세 목적의 나쁜 정책”이라며 “이제라도 국토부에서 이런 부작용을 인정한 만큼 국민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하루빨리 현실화율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