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민간 중심의 주택공급 확대를 통해 임기내 270만 가구 공급(인허가기준)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연간 평균 공급량이 54만가구는 되어야 한다. 그러나 금리인상과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주택 개발업체에 대한 대출 중단사태가 빚어져 주택 공급이 오히려 전 정부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1~8월 주택 인허가실적은 34만7458호로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했다. 그러나 주택 착공은 26만1193호로, 전년 동기 대비(34만7812호) 24.9% 감소했다. 아파트 분양은 전년대비 18.7% 줄어들었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아파트 분양이 2021년(39만호)보다 적은 35만호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분양 급감 추세,
삼성증권은 최근 ‘주택시장 침체기 부동산 금융의 영향과 기회 산업’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6월부터 월별 분양실적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2022년부터 개발시장을 강타한 원자재 가격 상승, 금리 상승, PF시장 위축 등의 영향으로 분양이 줄고 있다”면서 “건설사들이 올해 예정된 사업들은 향후 불확실성을 감안해 최대한 연내 분양, 즉 밀어내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밀어내기식 분양으로 2022년 아파트 분양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40만 세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주택공급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택 사업 대출시장 꽁꽁 얼어붙어
특히 민간 주택 공급에 필수적인 PF금융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어 상당수 주택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PF금융은 사업의 예상 분양수익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기법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권(은행·보험·여전·저축은행·증권)의 PF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112조2000억원이다. 2014년 이후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연평균 14.9%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특히 비은행권서 8년간 431% 급증했다. 삼성증권은 “금융위기 당시, PF시장 부실화의 충격으로 건설사 도산과 저축은행 사태 이후 근 14년만에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1년 저축은행과 건설사 연쇄부도는 부동산 PF 부실이 촉발했다. 당시 20여곳 이상의 저축은행과 중견 건설사들이 부도를 냈다 .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0.50%로, (지난 6월 기준)로,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때(11.23%)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다만 저축은행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작년 말 1.2%에서 6월말 1.8%로 상승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부동산 PF 대출 중단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PF금융은 대출채권을 위험에 따라 구조화시키고 차별화된 수익률을 제시한다. 지난 2~3년간 부동산 시장호황기에 보험, 저축은행, 증권사들에게 막대한 수익을 안겨줬다. 삼성증권은 “자본력이 약한 시행사라도 PF금융을 활용, 막대한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완공할 수 있었고 빠른 주택공급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사업비에서 건축비는 선순위이며 토지비와 금융비용, 기타사업비 등은 후순위로 분류된다.
◇후순위 대출 금리 20%까지 치솟아, 연쇄부도?
최근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금융감독 당국이 부동산대출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은행과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대출을 중단하거나 회수하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금리가 지난해 말에는 선순위 기준으로 연 3~4% 수준이었는데 최근 연 10~11%로 두 자릿수까지 올랐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현재 PF 대출 금리는 선순위가 연 10~11%, 중순위가 연 15%, 후순위는 연 20% 수준으로 전년에 비해 3배 정도 올랐다”면서 “그나마 사채 수준의 고금리를 주고도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고금리 현상이 지속되면 시행사 부도 등이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발 업체들은 PF대출이 얼어붙은데다 금리인상, 미분양 증가 등으로 신규 사업 자체를 꺼리는 형편이다. 사실상 PF 대출이 올스톱 위기에 처하자 국토부,기획재정부, 금감원 실무자들이 모임을 갖고 대책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증기관 역할 강화 등 대책 필요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개발사업 대출이 중단되면 민간주도의 주택공급 확대는 공염불로 끝날 수 밖에 없다”면서 “다시 금리가 내리고 경기가 회복되면 공급부족에 의한 집값 폭등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순환주기를 감안해서 불황기에도 주택을 꾸준하게 공급할 수 있는 부동산 금융 시스템 구축 등 대책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는 아파트 분양을 보증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역할을 확대, 개발사업 보증에 일부 참여하도록 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