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변동금리 기준 주택담보대출의 최고 금리가 연 7%를 돌파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연 3~5% 수준이었는데 기준 금리가 인상되면서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금융비 부담이 가중돼 집을 사려는 수요가 사라지면서 집값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7%대 금리를 감당하면서 집을 사들이기는 쉽지 않다”면서 “대출을 끼고 중저가 아파트를 장만하려던 실수요자들이 금리 인상 충격을 가장 강하게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1년 만에 코픽스 3배 상승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변동금리 모기지론·아파트론 금리(연 5.841~7.141%) 상단이 7%를 넘어섰다. KB국민(6.91%), 신한(6.62%), 우리(6.27%)은행 등도 주담대 금리 상단이 7%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는 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와 금융채 금리가 최근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예·적금, 은행채 등으로 조달한 자금의 평균 금리인데, 은행권이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예금 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면서 코픽스도 뛰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한 달 만에 0.44%포인트 상승한 연 3.4%로 2012년 7월(3.4%)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작년 9월(1.16%)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높아졌다. 한화생명의 변동형 아파트 담보대출 금리(연 4.95~7.2%)도 상단이 7%를 돌파했다.

전세대출 최고 금리도 7%를 넘어 세입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하나은행 전세대출 금리(연 5.983~7.083%) 상단이 7% 선을 뚫은 것이다. 작년 8월까지만 해도 2~3%대였던 전세대출 금리가 1년여 만에 두 배가 됐다. 은행 전세대출은 94%가 변동금리이고 대출자 10명 중 6명이 2030세대다. 금리 인상 충격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커 대출자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노도강’ 아파트 매수세 역대 최저

주담대 금리가 치솟으면서 서울에서 아파트를 장만하려는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2030세대 ‘영끌족’이 중저가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의 아파트 매수 심리는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이번 주 서울 동북권(노도강 지역을 포함한 8구)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9.8로 2012년 7월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70선을 밑돌았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사겠다는 사람은 없는데 매물만 쌓이는 상황에서 간혹 팔리는 아파트는 이전 최고가보다 집값이 20~30% 내린 급매물인 경우가 많다. 도봉구 도봉동 ‘한신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 6일 최고가보다 2억원 낮은 5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하루 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 84㎡도 이전 최고가보다 2억2000만원 낮은 6억5000만원에 팔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금리 인상 여파로 대출 금리에 민감한 20~30대의 매수 수요가 사라진 영향”이라고 말했다.

은평·서대문·마포구가 속한 서북권 매매수급지수는 68.7로 2019년 7월 첫째주(63.5) 이후 3년 3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서초·송파구가 포함된 동남권도 지난주 81.5에서 이번 주 80.5로 하락했다. 서울 전체 매매수급지수는 24주 연속 내리면서 76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