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 ‘인덕원자이SK뷰’ 아파트 모델하우스. 내부로 들어서자 분양 상담테이블 10여곳은 빈자리 없이 빼곡했다. 번호표를 뽑고 상담을 기다리는 고객도 보였다. 주택 유닛을 둘러보는 방문객까지 오가면서 모델하우스 내부는 모처럼 북적댔다. 불과 3~4일 전만 해도 텅텅 비었던 것과 딴판이었다. 시공사인 GS건설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발표로 분위기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방문객이 이렇게 몰릴 줄은 몰랐다”며 “하루 평균 20팀 정도에 그쳤던 방문객이 대책 발표 이후 하루 200팀 정도로 갑자기 늘어 깜짝 놀랬다”고 했다.
인덕원자이SK뷰(2633가구)는 지난 10월 일반분양 물량 899가구 1순위 청약 당시 경쟁률 5.6대 1을 기록했다. 하지만 당첨자들이 계약을 줄줄이 포기하면서 508가구가 미계약됐다. 무순위 청약에서도 6명만 신청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10일 과천·하남 등 4개 지역을 제외한 경기도 규제지역을 모두 해제한다고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GS건설 관계자는 “현재 동·호수 지정 선착순 계약을 진행 중인데 대출 규제가 풀리고 기존 주택 처분 조건이 사라지면서 새로운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며 “입지와 상품 경쟁력이 괜찮은 아파트여서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소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서울·경기 4곳 빼고 규제지역 다 풀려
정부는 지난 14일부터 서울과 경기도 4곳(과천·성남 분당과 수정구·하남·광명)을 제외한 규제지역을 전면 해제했다. 지난 4년여 동안 집값이 급등했던 경기 안양·수원·의왕 등 9곳도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있다가 이번에 모든 규제에서 벗어나게 됐다.
규제가 풀리면 대출·세금·청약 측면에서 큰 변화가 생긴다. 우선 무주택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집값의 50%에서 70%로 올라간다. 다주택자의 경우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됐지만, 비규제지역에선 집값의 60%까지 가능하다. 위헌 소송까지 이어졌던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도 해제된다.
청약 조건도 완화된다. 규제지역에선 중소형(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를 분양하는 경우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 등을 따지는 가점제 비중이 75~100%에 달한다. 하지만 비규제지역에선 60%를 추첨제로 공급해 청약 가점이 낮은 젊은층이나 1주택자도 당첨을 노려볼 수 있다. 무순위 청약 역시 해당 시·군 거주 무주택자로 제한했던 거주지역 요건이 사라진다.
◇입지 경쟁력 있는 수도권 미분양 수요 회복 기대
규제가 풀렸다고 주택 시장이 갑자기 살아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경쟁력이 있는 수도권 신규 분양 아파트에는 햇살이 비칠 것으로 보인다. 입지·상품성이 좋은 수도권 아파트인데도 규제지역이라 대출이 막혀 자금이 모자랐거나, 청약 자격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수요자를 찾지 못했던 미분양 아파트에 새 수요층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비규제지역에서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 경우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한다는 조건이 사라지고, 양도소득세·취득세 중과 규제도 완화되면서 무주택자로 제한되던 수요층 자체가 1주택자까지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비규제지역이 된 화성시 ‘화성 봉담자이 라젠느’를 비롯해, 수원시 ‘수원 아이파크시티 10단지’ 등 입지 경쟁력이 있는 아파트가 수혜 단지로 꼽힌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소형 주택의 경우 1~2인 가구와 신혼부부 정도만 수요층으로 볼 수 있었는데, 규제가 해제된 이후 전·월세 임대용으로 적합한지를 문의하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쯤 ‘금리 상승 랠리’가 끝나면 과도한 규제 때문에 주택 구입이 불가능했던 수요자가 시장에 본격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가 더 이상 급등하지 않는다는 신호만 있어도 주택 거래 중단 사태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금리 수준에 맞는 주택 수요·공급 시장이 형성되면서 서서히 살아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