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부터 아파트 중도금 대출 허용 기준이 분양가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상향 조정된다. 지난 수년간 분양가 급등으로 서울 강북권 30평대 아파트까지 중도금 대출이 막혀 실수요자 피해를 양산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12월 초 일반에게 분양하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가 중도금 대출 규제 완화의 첫 수혜 대상이 될 전망이다. 최근 주택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서울에서 보기 어려운 대규모 물량(4786가구)이 청약 시장에 나오면서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둔촌주공 분양가는 평균 3800만원대로 알려졌다. 청약 대기자들이 애초 기대했던 것보다 분양가가 비싸게 책정됐다. 수요가 가장 많은 전용면적 84㎡형은 완화된 규제에도 중도금 대출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청약 수요자들의 불만이 예상된다.
◇분양가 12억원까지 중도금 대출, 청약 수요자 ‘숨통’
15일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분양가 9억원 초과~12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한 공공(公共)의 중도금 대출 보증이 이르면 다음 주부터 허용된다. 정부는 2016년 8월부터 분양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분양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HUG와 주택금융공사(HF)의 중도금 대출 보증을 금지했다. 기존에 살던 전셋집 보증금을 빼서 분양 대금을 조달하는 대다수 무주택자에게 중도금 대출 규제가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하는 일종의 ‘장벽’으로 통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중도금 대출 보증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하기로 했고, HUG 내규를 바꿔 다음 주 중도금 대출을 신청하는 아파트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분양가 심사가 거의 끝나 오는 25일쯤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인 둔촌주공아파트가 ‘12억 중도금 대출’의 대표적인 수혜 대상이다. 주택 정비 업계에 따르면, 강동구청은 이 아파트 평균 분양가를 3.3㎡(1평)당 3800만원대 중반 수준으로 결정해 조만간 조합에 통보할 예정이다. 조합에서 요구한 금액은 4100만원대였지만 심의 과정에서 일부가 삭감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 요구보다는 낮아졌지만, 애초 시장에서 예상한 분양가(3600만~3700만원)보다는 비싸다.
조합은 구청이 제시한 분양가를 수용해 다음 달 청약 접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PF(프로젝트파이낸싱) 금리가 10%대로 치솟은 상황에서 조합이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비 부담을 감수하고 구청의 분양가 제안을 거부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둔촌주공 인근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경기도 하루가 다르게 위축되고 있어 조합 내부에서 ‘분양 시기를 더 늦추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둔촌주공 분양분 74%가 중도금 대출 가능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둔촌주공은 기존 5930가구를 1만2032가구로 탈바꿈하고, 조합원 물량을 뺀 4786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 평당 분양가를 3850만원으로 계산하면 공급면적 24평형(전용 59㎡)의 분양가는 9억2000만~9억300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번 규제 완화로 청약 당첨자들은 불가능했던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둔촌주공 전체 분양 물량의 74%(3549가구)가 전용 59㎡ 이하다.
다만 실수요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전용 84㎡는 동(棟) 배치나 층을 감안해도 분양가가 12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용 84㎡ 물량은 총 1237가구로 전용 59㎡(1488가구)에 이어 둘째로 많다. 한 분양 대행사 대표는 “둔촌주공을 기다리는 청약 대기 수요가 워낙 많아 조합이 주력 평형인 84㎡의 분양가를 무리해서 12억원 밑으로 책정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둔촌주공 전용 84㎡의 분양가가 13억원 정도로 책정돼도 인근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같은 면적의 최근 호가(18억~19억원대)보다 5억원가량 저렴하다.
원룸이나 투룸 형태의 전용 29~49㎡의 청약 흥행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들 평형은 3인 이상 가구가 살기에 비좁고 분양가도 5억~8억원대로 일반 소형 주택보다 비싸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방이 3개인 평형보다 인기가 낮겠지만, 1만 가구가 넘는 대단지와 입지 요건을 감안할 때 미분양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