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운영 실태에 대한 행정조사를 벌인다. 최근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C 노선 설계 변경을 요구하며 정부와 대립하는 상황에 나온 결정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와 입주자 대표회의 운영에 문제가 없는지를 감독하기 위한 합동 조사를 12월 7일부터 16일까지 실시한다고 29일 밝혔다. 합동점검반은 재건축 추진위를 중심으로 일부 주민들이 GTX가 은마아파트 아래를 지나지 않게 우회하라고 주장하며 집단행동을 나서면서 불법·탈법이 없었는지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장기수선충당금 같은 공금을 GTX 반대 집회·시위에 사용하는 등 추진위의 위법한 업무 추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GTX가 단지 아래를 지나면 노후 건물 붕괴 같은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며 설계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주민들은 지난 12일부터 서울 용산구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집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GTX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현대건설이 현대차 계열사라는 이유에서다. 29일 오전에도 200여 명이 모여 “은마 관통 결사반대” 같은 구호를 외쳤다. 재계 관계자는 “GTX 노선 결정은 정부가 하는 것인데, 왜 기업 총수 집 앞에서 시위를 해 인근 주민들까지 괴롭게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GTX 공사는 안전하고, 은마아파트 때문에 노선을 변경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며 강경한 태도다. 원희룡 장관은 “GTX는 지하 60m 이상 대심도 터널 공사이고, 은마아파트 구간은 발파가 아닌 진동과 소음을 대폭 줄인 첨단 굴착 방식으로 한다”며 “국가사업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확산시키며 은마아파트만 유독 지하로 철로가 지나면 안 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또 GTX 반대 시위를 주도하는 추진위 내 핵심 임원을 겨냥해 “은마아파트 같이 한 집의 1만분의 1에 해당하는 소규모 지분으로 추진위·조합 임원이 되는 것을 개선하는 입법 과정에 적극 참여하겠다”고도 밝혔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성실히 정부 조사에 임하겠지만, 장기수선충당금은 재건축 추진위가 관여하는 계정이 아니며 GTX 시위와 관련된 비용에도 공금 집행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