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빌라 시장은 말 그대로 절벽이에요.”

금리인상과 가격하락으로 부동산 시장 전반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빌라 등 비(非)아파트의 거래는 거의 씨가 말랐다고 할 만큼 위축되고 있다. 이번달 들어 서울 강남구와 강북구, 서대문구 등에서는 다가구주택 거래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 단독·다가구 11월 거래건수 46건…지난해 동기간 10%에도 못 미쳐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단독·다가구 주택의 11월 거래건수는 단 46건(11월25일 기준)에 불과했다. 지난해 11월 548건과 비교해 10%에도 못미친다. 이번달 거래 실적은 전달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낮다. 지난달에는 총 146건이 거래됐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이달에 10개 이상 단독·다가구 주택이 팔린 지자체는 단 1곳도 없다. 동대문구가 6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동구와 중랑구가 5건으로 뒤를 이었다. 양천구와 구로구는 각 4건을 기록했다. 강남구와 강북구, 서대문구, 송파구, 은평구 등 5개의 자치구에서는 단 1건의 단독·다가구 주택 매매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 이중 강북구는 지난해 11월만 해도 30건의 매매계약으로 성동구(38건), 광진·중랑구(37건)에 이어 4위를 차지했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됐던 2008년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2008년 11월 서울 단독·다가구 주택 매매건수는 253건이었다.

다세대·연립주택 시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계약 건수는 지난해 11월 3472건이었으나, 이번달 432건을 기록했다. 이 거래현황은 계약일 기준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11월 중 발생한 매매 계약 건은 뒤늦게 반영될 수 있다. 그러나 큰 차이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위기다.

통상적으로 ‘빌라’는 여러 세대가 함께 있는 건물을 일컬으며, ‘다가구주택’ 이나 ‘다세대주택’인 경우가 많다. 다가구주택은 건축법상 단독주택으로 분류된다. 다세대주택은 하나의 건물이라도 호별로 등기가 구분된 주택이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 이룸부동산중개업소 대표 A씨는 “빌라 실수요자, 투자자 모두 매수 문의를 하지만 쉽게 구매하지 않는다”며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가격이 더 내려가지 않을까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자료=서울부동산정보광장

■환금성 낮은 빌라, 신축도 구축도 인기 ‘뚝’

빌라는 환금성(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 아파트보다 선호도가 떨어지지만, 같은 평형 아파트에 비해 매매가격이 저렴해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실제로 빌라 등 비(非)아파트 시장도 지난해 아파트값이 급등할 당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덕분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빌라 시장은 생활 편의성을 앞세운 ‘신축 빌라’와 재개발 가능성이 큰 ‘노후 빌라’로 나뉜다. 실거주 측면에서는 신축 빌라의 인기가 좋지만, 투자면에서는 노후 빌라가 앞선다.

그러나 최근에는 두 시장 모두 침체됐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중랑구 면목동 지안부동산의 이영국 대표는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 빌라는 초기 투자금이 작아서 수요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크게 문의가 줄었다”며 “부동산 시장이 대대적인 하락장에 들어간 영향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강서구 염창동 보람부동산 공인중개사사무소 조동한 대표는 “엘리베이터를 갖춘 신축 빌라를 찾는 이들이 여전히 있는 편이지만, 빌라 시장도 아파트 못지 않게 (거래절벽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내년까지 고금리 기조가 예고된 데다, 빌라 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시장이 쉽게 회복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강남구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빌라는 아파트처럼 가격이 싸다고 바로 나가지 않는다”며 “투자금이나 위치, 엘리베이터 유무 등 따져볼 게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실수요자, 투자자 모두 환금성이 낮은 빌라를 선뜻 매수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요즘에는 재개발 물건도 어느정도 윤곽이 나온 것만 거래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