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을 보면서 수작업으로 공사비를 산출(적산)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공사비도 부풀려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빌더허브(Builder Hub)를 이용하면 다릅니다. 도면에 나온 원자재 규격만 모두 입력하면 필요한 원자재를 즉시 계량화할 수 있습니다. 공기(工期)와 공사비를 더 정확하고 빠르게 산출하죠.”
3D기반 건설적산 프로그램인 빌더허브를 개발한 김은석 창소프트아이앤아이 대표는 “빌더허브를 이용해 한 프로젝트에서 골조 공사비만 54억여원 줄인 건설사도 있다”고 했다.
2008년 설립한 창소프트아이앤아이는 건설 IT(정보기술) 기업으로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현대건설, GS건설 등 대형 종합건설사 17곳에 빌더허브를 공급 중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올해에만 우미건설 등 대기업에서 90여억원 투자도 받았다.
2016년 첫 선을 보인 빌더허브 핵심 기술은 빔(BIM)이다. 건물정보모델링(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의 준말로 설계도면에 있는 원자재 수치(규격) 정보를 토대로 건축물 완공 후 예상 모습을 3D로 구현하는 기술이다.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면 내부 마감까지 마친 일종의 조감도가 생성되는 것이다.
그동안 아파트 등 주거용 건물의 경우 최소 2000장이 넘는 도면과 견적서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대조하면서 적산하는 과정을 거쳤다. 적산을 마치려면 한 두달은 족히 걸렸다. 김 대표는 “빌더허브를 활용하면 도면이 아무리 많아도 원자재 규격과 개수만 입력하면 곧바로 공사에 필요한 수량을 산출할 수 있다”고 했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이틀이면 적산이 끝나며 수작업과 비교한 오차도 10% 미만으로 정확하다.
2D 도면을 3D 도면으로 구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외국에도 여럿 있다. 하지만 빌더허브는 상세설계 단계의 도면을 3D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설계는 크게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등 3개 과정으로 나뉘는데 통상 기본설계(건물의 대략적인 구조설계)에만 해당 기술을 적용하는 기업이 대다수다. 상세설계는 건물을 지을 때 필요한 원자재 규격·배치 등 구체적인 부분까지 설계하는 단계다. 지역이나 프로젝트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상용화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 아파트나 오피스텔 같은 주거용 건물은 설계도면이 정형화된 경우가 많다. 김 대표는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기존 상세설계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며 “이를 참고로 비슷한 건물을 지을 때 들어갈 비용을 산출할 수 있어 자동화가 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