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지난해 1년 동안 24%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3.3㎡(1평)당 3000만원을 돌파한 것으로 조사됐다. 분양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토지 공시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재 값까지 급등한 게 주요 요인이다.

14일 부동산R114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분양한 서울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3474만원으로 2021년(2798만원)에 비해 676만원(24.2%) 올랐다. 2018년(29.8%)과 2012년(25.4%)에 이어 역대 셋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2002년(926만원)과 비교하면 20년 사이 분양가는 거의 네 배로 뛰었다.

아파트 분양가는 땅값·공사비 등 건축원가에 사업자의 이익을 더해서 결정한다. 2018년에는 주택 경기 호황으로 사업자들이 이익을 많이 취하면서 분양가가 급등했던 반면, 지난해에는 건축원가 상승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서울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년 대비 11.2% 올랐고, 건설공사비지수도 같은 기간 13.9% 상승했다.

높은 분양가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기도 했다. 작년 3월 분양한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216가구 규모 소형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전용면적 59㎡의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비싼 8억원대로 책정해 전체 단지의 90%가 미분양됐다. 작년 8월 분양했던 서울 구로구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도 당첨자 140가구 중 129가구가 계약을 포기하면서 미분양이 발생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서울 아파트 값이 떨어지고 올해 공시지가도 5.9% 하락했지만, 아파트 분양가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자재 값과 금리가 이미 2~3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른 데다,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하곤 분양가 상한제도 사라졌기 때문에 분양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