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은 최근 개발사업부 산하에 전력중개거래 신사업팀이라는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지난 3월 주주총회 때 정관의 사업 목적에 ‘재생에너지 전기공급 사업 및 소규모전력 중개사업’을 추가했는데, 곧바로 이 사업을 담당할 조직을 만든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기업에 직접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중소기업 관련 기관과 신재생에너지 공급과 활용 방안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건설 회사들이 주택·토목·플랜트 같은 본연의 업종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중심의 국내 주택 사업이 점점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건축 자재 값 상승으로 최근엔 아파트를 지어도 오히려 손해를 볼 지경”이라며 “국내 주택 사업 성장이 한계에 이른 만큼, 신사업 진출은 건설사에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에너지, 데이터센터로 확장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신사업은 친환경 분야다. 화학 공장과 발전소 같은 플랜트 건설로 축적한 엔지니어링(공장 설계·시공) 기술을 활용해 풍력·태양광 설비를 지어 운영하거나,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삼성물산(건설 부문)은 지난 17일 일본 에너지 전문 기업 ‘DGA’와 호주에서 그린수소(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생산한 수소)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호주 서부에 태양광·풍력발전 단지와 그린수소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에서도 그린수소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수소 생산 설비 건설에 그치지 않고, 수소 운반·판매까지 진출해 수익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기술 확보를 위해 일본 등 해외 기업과 제휴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DL이앤씨는 탈(脫)탄소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모았다가 활용하는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사업 진출을 위해 지난해 ‘카본코’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미국 발전 회사인 GE가스파워와 제휴해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에서 친환경 발전소를 건설하기로 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급성장 중인 데이터센터 분야도 건설사들이 공략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양재물류센터에 짓는 데이터센터 사업을 수주했다. 지하 2층에서 지상 9층 높이의 대규모 데이터센터로 사업비만 3400억원에 이른다. 한양도 전남의 태양광 단지 솔라시도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GS건설은 2020년 안양 데이터센터 개발 사업을 따내며 이 분야에 진출했다. GS건설은 데이터센터를 단순히 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업 운영하기 위해 별도 자회사를 세웠다. GS건설 관계자는 “인프라 건설의 경험을 살려 부지 선정 등 사업 초기 단계부터 직접 담당한다”고 말했다.
◇악화하는 주택 사업의 탈출구
건설사들이 신사업에 목을 매는 것은 기존 주력인 주택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국내 10대 건설사 중 절반인 5곳의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줄었다. 하지만 이 실적은 앞으로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교보증권의 백광제 애널리스트는 “건설사들의 주택 부문 영업이익률이 2~3년 전만 해도 15~20% 정도였지만, 지금은 7~8%까지 하락했다”며 “원자재 값 상승으로 주택 부문 실적이 단기간 회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 발주 물량도 줄고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발간한 국내건설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건설수주액은 47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52조2000억원 대비 9.8% 줄었다.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건설 시장에서도 중국·인도 등 경쟁국의 추격 때문에 수익성이 나빠지는 상황”이라며 “신사업으로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는 것이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