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꼬마빌딩 소유를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다. 꾸준한 월세 수입 덕택에 노후 생활이 든든해지는데다, 자식들에게 건물을 물려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식들도 건물을 상속하길 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뜻밖에 인생의 황혼기인 나이 70~80대 건물주 가운데 최근 금리 상승 때문에 빌딩을 팔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래서 빌딩 매매 전문회사인 지나인에셋 이진석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마트폰 너머로 소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근에 70~80대 고령층 가운데 빌딩을 팔려고 내놓는 사례가 많이 있나?
“1930~1950년대에 출생한 사람 가운데 꼬마빌딩을 팔려고 내놓은 사람들이 꽤 있다. 10년전 같은 연령층의 건물주들과 비교해 보면 20~30% 정도 늘었다.”
―왜 빌딩을 팔려고 하나?
“개인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다. 그래도 대체로 공통된 몇가지 이유가 있다.”
금리와 세금
―어떤 이유인가?
“첫째, 금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건물 가격이 많이 올라서 자식들이 상속세를 내려면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금리 상승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졌다. 건물 상속 후 월세를 받아도 대출 이자를 갚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둘째, 빌딩 소유주들이 ‘죽기 전에 내가 좀 써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셋째, 자녀들이 부모 사후에 건물 배분과 상속세 납부를 둘러싸고 갈등을 일으킬 것을 우려해 생전에 미리 정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건물을 팔아서 그 돈을 어디에 쓰나?
“자기가 쓸만큼 쓰고 나머지를 자녀들에게 현금으로 나눠주려는 것 같다.”
84세 노인의 사정
―사례가 있다면?
“84세 고객이 최근 서울 지하철 2호선 교대역 주변의 건물을 팔아 달라고 요청해왔다. 20여년 전에 고생하며 사업할 때 사업용으로 샀는데, 대지 90평(1평은 3.3㎡)에 지상 4층의 노후한 건물이다. 다행히 임차인들이 모두 입주해 공실은 없다. 170억원짜리 건물을 15억원 정도 깎아서 155억원에 팔겠다고 했다.”
―월세가 매우 많이 나올 것 같다.
“낡은 건물이라서 월세가 1300만원 정도 밖에 안나온다고 한다. 게다가 대출 이자, 각종 세금, 의료보험료 등을 내고 나면 월 수입은 1000만원 이하인 것 같다. 공실이 있으면 더 떨어진다. 그래도 생활하는데 부족함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왜 팔려고 하나?
“아들 2명과 딸 1명이 있는데, 자식들에게 주려니 세금이 문제가 된다고 했다. 150억원짜리 건물을 자녀들에게 나눠주면 1인당 50억원씩 상속받게 된다.
그런데 50억원을 상속 받으려면 15억원 정도의 세금과 공과금 등을 현금으로 내야 한다.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을 경우 연리 5%로 잡아도 연간 이자 지출액이 7500만원이나 된다. 반면 그 자식이 받는 월세 수입은 연간 3000만원 정도 밖에 안된다. 그러니 잘 살지 못하는 자식들은 건물 지분을 상속 받을 수 없다.”
“빌딩 있어도 자식이 안찾아와”
―세금 문제 뿐인가?
“자식에게 물려 주느니 죽기 전에 내가 충분히 쓰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왜 그런 생각을 하나?
“자식들이 부모를 잘 찾아오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양도소득세를 내더라도 생전에 팔아서 쓰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부모가 재산이 많으면 자식들이 부모를 더 자주 찾아올 것이라고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 대표의 말투에서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요즘 젊은이들은 건물주가 되는 것이 꿈이다. 부모나 조부모가 건물주이면 열심히 찾아올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건물을 갖고 있으면 어차피 사후에 자신들이 법에서 정한 비율대로 나눠가질 것이라고 생각해 부모를 찾지 않는다. 오히려 현금을 갖고 있어야 자주 찾아온다고 한다. 부모가 현금 100억원을 손에 쥐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자식들이 이틀이 멀다하고 찾아올 것이다. 그 고객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 고객은 어떤 결정을 내렸나?
“건물을 매각해 부부가 평생 하고 싶었던 일을 마지막으로 한 뒤에 남는 것이 있다면 자식들에게 현금으로 나눠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코로나 감염 후 생각이 바뀌다
―다른 사례가 있다면?
“83세 고객이 서울 광화문에 있는 시가 100억원 상당의 3층짜리 빌딩을 팔아 달라고 요청해 왔다. 젊은 시절에 지방에서 홀로 올라와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고생해 45년전에 산 건물이다. 그동안 팔 생각이 전혀 없다가 지난 2020년 코로나 사태 때 코로나에 감염돼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마음이 바뀌었다고 했다.”
―코로나 감염과 건물 매각이 무슨 상관이 있나?
“코로나 감염이 매각 결정의 계기가 되긴 했지만, 매각 결정의 원인은 세금과 금리이다. 딸 2명과 사위들이 부모에게 잘하기는 하는데, 상속세를 낼 자금이 없다. 월세도 1000만원 정도 나오지만, 세금을 내기 위해 대출을 받을 경우 대출 원리금을 감당할 정도는 안된다.
고객은 코로나에 감염되어 죽을 고비를 겪고 나니 생전에 미리 사후 문제를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건물을 팔아 딸들에게 현금으로 증여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말을 이었다.
“금리와 세금 문제 때문에 최근에는 수익성이 아주 좋은 건물을 무대출로 사려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은퇴한 58세 고객은 대출을 끼지 않고 150억원짜리 건물을 살테니, 월세 잘 나오는 곳을 알아봐 달라고 요청했다. 나중에 자식들이 상속세를 내기 위해 대출을 받을 때 월세로 대출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다. 건물을 살 때 일반적으로 대출을 잔뜩 끼고 사는 관행과 조금 다르다.”
땅보다는 건물이 좋아
이 대표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일반인들의 예상과는 달리 자식들이 건물주 부모를 잘 찾지 않는다는 대목이 귀에 들어왔다. 그래서 건물보다 향후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은 땅에 대한 자식들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지방에 땅을 많이 가진 부모들에게는 자식들이 자주 찾아가나?
“시골 땅 1만평이 있는 할아버지에게는 손자들이 문안 인사를 잘 안가지만, 도회지 땅 100평에 건물이 있는 할아버지에게는 자주 인사를 간다. 현금 흐름이 좋기 때문이다.
시골 땅 1000평과 도회지 땅 1평을 바꾸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도회지 땅 1평이 더 낫다는 뜻이다. 땅 투자보다는 건물 투자가 낫고, 시골의 큰 건물 보다는 도시 핵심 지역의 작은 건물이 낫다.”
―10년전과 비교하면?
“10년 전에는 인생 황혼기에 건물을 팔려고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자녀들에게 상속하거나 증여하려고 했다. 당시에는 공시가격이 높지 않아서 세금 부담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 세금 부담도 커진데다 사고 방식도 많이 바뀌어 고령층 중에서 건물을 팔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고령층 건물주들이 빌딩을 팔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충분히 들었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을 위해 화제를 그의 본업인 상업용 부동산 매매 동향으로 옮겼다.
온기 도는 부동산 시장
―최근 빌딩 시장 동향은?
“작년까지는 경기가 대단히 위축되어 있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 금리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봄부터는 경기가 좀 살아나는 느낌이다. 거래 건수가 작년 연말에 비해 20~30% 정도 늘어났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특징적인 현상이 있다면?
“창고 부지들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왜?
“최근 6~7년 동안 창고 부지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 자산운용사의 부동산 투자펀드들이 그 분야 투자를 많이 했고, 쿠팡과 마켓컬리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계속 성장했다. 그 덕에 창고에 대한 수요가 많이 늘었다. 특히 코로나 사태 때 배달 수요가 폭증하면서 창고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어 배달 수요가 줄어든데다, 자산운용사 펀드들이 5년 정도의 투자기간이 끝나 매각하는 사례가 많아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게다가 펀드들은 금리 상승으로 예전보다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삼기 때문에 창고 부문의 투자 자금 유입이 예년만 못하다.”
창고 시장은 과잉
―어느 정도 하락했나?
“코로나 사태 때보다 창고 가격이 5~10% 정도 떨어져 있다.”
―예를 들어 마켓컬리는 신선식품 총알배송을 내세우고 있어서 창고 수요가 많을 것 같은데.
“마켓컬리가 총알배송을 시작하면서 신선식품이나 냉동식품에 대한 수요가 높을 것으로 보고 최근 2~3년 사이에 창고업자들이 냉장-냉동 창고를 많이 지었다. 냉장-냉동 창고는 일반 창고보다 임대료가 높다. 그러나 기대한 것만큼 냉장-냉동 식품 배송 시장이 확대되지 못하면서 비어 있는 냉장-냉동 창고가 많다.”
―향후 전망은?
“코로나 사태 당시 폭발했던 전자상거래 수요가 지금은 좀 위축됐지만, 앞으로 길게 보면 전자상거래 시장은 점점 커진다고 본다. 그러니 창고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가격이 하락한 지금이 투자할 때인가?
“아직 투자 수요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래도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서울과 의정부·구리·남양주 등 경기 북부 지역에서 창고 건물 연면적이 3000~5000평 정도면 매입할 만하다고 본다. 경기도 북부에는 다산과 양주 지역에 택지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데, 주택단지가 들어서면 배송 창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가 만나는 곳도 전통적인 창고 허브(중심지)이므로 안전한 투자처이다.”
쿠팡·다이소·CJ
창고 투자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분야일 것으로 생각해 좀 더 깊이 들어가 보기로 했다.
―창고 수익률은 어떻게 계산하나?
“상온 창고는 임대료가 연면적 평당 월 3만원, 저온 창고는 6만원 정도이다. 창고 연면적이 1만평이라면 상온 창고의 월 임대료는 3억원, 저온 창고는 6억원이 된다.”
―창고가 비면 임대료 수입이 줄어들지 않나?
“창고업자들은 쿠팡, 다이소, CJ, 삼성전자와 같은 업체들과 5년 이상의 장기 임대계약을 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얻는다.”
―연간 투자수익률은?
“서울과 경기 지역은 연 4% 전후이다. 땅값이 오르면 수익률이 더 높아진다.”
―창고의 가격은 얼마나 하나?
“천차만별이다. 그래도 하나만 예를 든다면 대지 1만3000평, 2층 건물 연면적 1만3000평 정도되면 대략 1900억원 정도한다. 금액이 크기 때문에 대체로 기관투자자들이 펀드를 만들어 투자한다.”
―관심 있는 개인들이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창고에 투자하는 펀드의 투자 내용을 잘 살펴보라. 서울이나 부산에 인접한 창고 가운데 쿠팡, 마켓컬리, CJ 같은 대기업이 임대해 쓰는 곳에 투자하는 펀드가 있다면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