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입주한 충남 천안시의 주상복합 아파트 ‘펜타포트’는 2020년 1월부터 입주민을 대상으로 조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입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연회장으로 쓰던 공간을 식당으로 바꿨는데, 만족도가 높아 6개월 뒤부터는 아침·점심·저녁 삼시 세 끼를 제공하고 있다. 한 끼 가격은 6200~7200원. 매주 목요일 ‘특식 데이’에는 1만2000원에 전복삼계탕, 한방갈비탕 등이 제공된다. 펜타포트 이옥희 부녀회장은 “설문조사를 해보면, 전체 세대의 60%가 식사 서비스를 꾸준히 이용하는 것으로 나온다”며 “질 좋은 식자재를 사용하고, 음식 염도 등도 깐깐하게 관리하다 보니 아이 끼니를 챙겨주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들의 호응이 높다”고 했다.

서울 강남·용산 등 일부 최고급 아파트에서 시작된 호텔식 식사 서비스가 서울 다른 지역은 물론 지방 아파트로 확산하고 있다. 초기에는 아침만 제공했지만, 최근엔 점심·저녁까지 내놓고 집들이 손님을 위한 과일 케이터링(출장 서비스)까지 하는 곳들이 생겨나는 등 서비스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에서도 ‘식사 서비스 제공’ 여부가 시공사 선정의 주요 기준이 됐다.

그래픽=이철원

◇'삼시세끼’에 ‘특화 메뉴’도 개발

지난 8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롯데캐슬 SKY-L65′는 식자재·급식 전문업체 CJ프레시웨이와 손잡고 곧 아침과 점심 서비스를 시작다. 서울 청량리 지역 아파트 중에서 식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지난 6월 입주를 시작한 ‘한양수자인 그라시엘’에 이어 아파트가 두 번째다. 아침은 서양식 브런치와 한식으로 하고, 점심 때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을 위한 특식 메뉴인 ‘키즈식’도 내놓는다. 집들이 등 손님이 찾아오면, 과일을 깎아 집까지 직접 배달해 주는 케이터링 서비스도 운영한다.

지난 2월 입주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 프레지던스’는 7월부터 조·중·석식을 내놓고 있다. 다음 달 입주가 시작되는 6702가구 규모의 대단지 서울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도 삼시 세 끼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준공 당시엔 식사 서비스가 없던 단지들 중에서 입주민들 요구로 식당을 새롭게 운영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서울 용산구 ‘파크타워’는 지난 13일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주말 조식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기로 의결했다.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 때 식사 제공을 입찰 조건으로 내걸기도 한다. 다음 달 20일 시공사 선정을 앞둔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 재개발 조합’은 입찰 조건에 ‘조합원 조·중식 식당’ 조성을 포함시켰다. 조합이 시공사 선정 단계부터 식당 조성을 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조합원들의 요구가 컸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노량진 뉴타운의 대표 아파트로 꼽히는 만큼, 조·중식 제공 서비스로 주변 단지들과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 수주 때 식당 설비를 핵심 경쟁력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집밥 문화’ 줄어 수요 증가

아파트 자체 식사 서비스는 2017년 최고급 아파트인 서울 성수동 ‘트리마제’가 처음 도입했다. 최근 식사 서비스를 도입하는 단지가 증가하는 것은 1인 가구와 맞벌이 가정, 노인 가구가 늘면서, 직접 요리하는 가정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외식 물가가 급등한 만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조·중식을 제공하는 개포동의 한 아파트 입주민은 “맞벌이라 아이 식사를 챙겨주기 어려운데, 아파트 식사는 밖에서 먹거나 배달을 시키는 것보다 양질이고, 가격도 저렴해 유용하다”며 “메뉴 고민을 안 해도 되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하지만 들쑥날쑥한 이용률 때문에 식당 운영 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식사 품질에 대해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또 아파트 주변엔 다른 식당들도 많아, 식사 수요가 초반에만 반짝 많다가 점차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유명 호텔과 2만원대 조식 서비스를 했던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는 4개월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한 급식 업체 관계자는 “음식의 맛이나 질에 대한 불만 접수도 회사나 공공기관 등에 비해 많은 편”이라며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가 아니면 운영이 쉽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