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정부가 경기 광명·시흥을 3기 신도시 공공택지지구로 지정한 지 올해로 2년 반이 넘었지만, 사업이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토지보상금과 교통망 확보 등의 문제가 산적해 있어서다. 최악의 상황에는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2021년 2월 3기 신도시 공공택지지구로 지정된 광명시흥지구는 정부가 수도권 7개 지역에 조성하는 3기 신도시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이다. 경기 광명시 광명동, 옥길동, 노온사동, 가학동 및 시흥 과림동, 무지내동, 금이동 일원 총 1271만㎡ 규모로 여의도 면적 4.3배에 해당한다. 입주 가구 수만 해도 7만 가구에 이른다.
광명시흥지구는 과거 수차례 신도시급 개발이 언급됐었지만 좌절됐던 경험이 있는 곳이다. 2010년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돼 일산 신도시 규모 개발이 예정됐으나 당시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사업이 중단됐다. 2018년 3기 신도시 발표 당시에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지만, 지역주민 반발과 교통난 가중 등의 요인으로 결국 지정이 불발됐다.
그럼에도 광명시흥지구가 다시 한번 3기 신도시 공공택지지구로 지정된 까닭은 정부 입장에서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광명시흥지구는 서울과 맞닿아있는 지역 가운데 개발이 가능한 넓은 용지를 갖춘 몇 안 되는 지역이다.
■내년 상반기 지장물 조사 돌입… 최소 5년 지나야 보상 시작될 전망
7만 가구 규모 공급이 예정된 만큼 기대감이 큰 곳이지만, 토지 보상과 교통망 문제가 사업 추진에 발목을 잡고 있다.
실제 3기 신도시 중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은 지구발표 후 2년 내에 보상계획 공고가 났고, 하남 교산 등은 2년 내에 실제 토지 보상금 지급이 시작됐다. 하지만 2021년 2월 마지막 3기 신도시로 발표된 광명시흥지구는 지구 발표 후 2년 반이 넘은 지금까지 토지보상 일정에 관한 명확한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2024년 토지보상, 2025년 공사착수라는 공식 일정을 언급했으나, LH는 지난 3월부터 실무 준비할 것이 많다는 이유로 2026년 상반기 보상 착수라는 입장을 냈다. 이번 정부 임기가 2027년 5월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임기 안에 입주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광명시에 따르면, 광명시흥지구는 내년 상반기 지장물 조사 절차에 착수할 예정으로 보상까지 최소 2년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3기 신도시는 지구발표 2년 만에 토지보상을 진행한 데 반해 광명시흥지구는 최소 5년은 지나야 보상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보상 절차가 늦어지면서 주민들의 고통도 크다. 지구 내 주민 대부분은 고령의 농민으로 별다른 수입이 없어 생활비 등을 은행 대출로 충당하고 있다. 지구지정에 따른 토지거래허가제 등 규제로 인해 토지 매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자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광역교통대책 빠진 신도시…'교통지옥’ 예고
LH가 제시한 광명시흥지구 지구계획안에 광역교통대책이 빠지면서 신도시 ‘교통지옥’이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지난 19일 한국토지공사(LH)의 광명시흥 새도시 추진상황 보고회에 참석해 “껍데기 뿐인 앙상한 계획”이라면서 “범안로 지하차도 등 서울 직결도로를 광역교통 개선대책에 포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광명시흥지구가 조성되고 나면 인구 16만 명이 거주하게 되는데, 이들의 수요를 감안한 교통 대책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광명시흥지구는 ‘제 2경인선’ 사업이 중단되면서 이렇다 할 교통망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제2경인선은 당초 인천 연수구 청학역에서 광명시흥지구를 거쳐 서울 신도림으로 가는 노선으로 계획됐지만,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이 불발되면서 사업이 멈춰선 상태다.
광명시흥지구 개발용지에 자족 기능을 할 용지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LH가 제시한 계획안에 녹지 공간이나 체육시설, 공공시설 등 자족 시설 비율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광명시 관계자는 “2032년 광명시흥지구 신도시가 완성되면 약 100여 만대의 일일 통행량이 발생하는데, 이 중 40% 이상이 서울로 이동하는 차량”이라면서 “광역교통대책이 함께 마련되지 않으면 심각한 교통난이 예상되므로 LH측에서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돈 없는 사업 시행자 LH… 악성부채비율 ‘219%’ 달해.
LH 가 교통망 마련이나 자족시설 확보에 나서지 못하는 배경으로는 LH가 겪는 ‘재정난’과 ‘수요부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시행자인 LH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보상은 물론 자족시설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 “1,2기 신도시만 봐도 지구 내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선례가 있어 자족시설을 여유 있게 조성하기에는 수요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LH의 악성 부채비율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지난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LH의 재무상태에 대해 “부채가 153조원이고 부채비율이 현재 219%인데 2027년까지 208%로 낮추게 되어 있다”며 “현 상태에서 경제여건이 악화하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해 악성 부채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LH는 이달 내 광명시흥지구 지구계획안 수립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 국토부로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