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업비 약 6조원으로 단군 이래 최대(사업비 기준) 재건축 단지인 압구정 3구역 설계권을 두고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설계 공모에 참여한 업체들이 서로 ‘서울시 공모 지침’을 위반했다며 비방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방전이 소송전으로 이어진다면 재건축 사업이 상당 기간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압구정 3구역 설계 공모에는 국내 대표 업체인 희림건축과 해안건축이 맞붙고 있다.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희림건축은 해안건축이 제출한 설계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재건축 조합에 ‘해안건축이 공모 지침 및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며 실격 처리를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최근 발송했다. 희림건축은 “해안건축이 도로 계획을 변경하는 등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았고, 재건축 후 총 단지 규모도 신통기획안(5800가구)보다 1305가구(22.5%) 적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가구 면적에 포함돼야 할 실내 정원이 면적 계산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서도 희림은 “의도적인 건축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전에는 해안건축이 희림건축의 설계안을 문제 삼았다. 지난 7월 공모 때는 희림이 용적률(토지 면적 대비 층별 면적 총합의 비율)을 서울시 기준(300%)보다 높은 360%로 제시하면서 논란이 됐다. 희림은 각종 인센티브를 적용하면 360%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해안건축은 공모 지침 위반이라며 반발했다. 서울시까지 가세해 ‘입찰 무효’라는 입장을 내면서 결국 재공모가 결정됐었다.
조합은 오는 9일 총회를 열고 설계 업체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공모에 참여한 설계 업체들이 서로 설계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조합 결정 후에도 진통이 계속될 가능성은 있다. 탈락한 측에서 무효 소송 등을 제기하면, 사업도 일정도 밀릴 수밖에 없다. 건설 업체 관계자는 “워낙 상징성이 큰 재건축 사업장이다 보니 업체들이 수주를 위해 무리한 설계안을 내놓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