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 부동산 거래량이 2006년 통계 집계 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세 사기 우려로 빌라·오피스텔 매매가 급감한 데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에 상가와 상업·업무용 빌딩 수요도 줄어든 여파다. 정부 규제 완화와 특례보금자리론(저금리 정책 대출) 효과에 아파트 매매 거래만 나 홀로 늘었다.
15일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2023년 전국 부동산 매매 거래량은 총 100만6019건으로 전년(110만2854건)과 비교해 8.8% 감소했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매매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2020년(193만5031건)과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매매 거래 금액도 305조259억원으로 전년보다 2.2% 줄어 3년 연속 감소했다.
부동산 거래량을 유형별로 보면 연립·다세대 주택(-33%)과 오피스텔(-32.8%)이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지난해부터 빌라와 오피스텔을 대상으로 한 전세 사기 사건이 폭증하면서 임차 수요가 줄자, 시장에 나온 매물들이 주인을 찾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업용 부동산 거래도 일제히 줄었다. 상업·업무용 빌딩(-29.1%), 상가·사무실(-20.6%), 공장·창고 등(-13.8%)의 매매가 전년보다 모두 줄었다. 2020년 전후 부동산 상승기에 상가와 오피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데다, 고금리 장기화로 투자 심리까지 위축되면서 거래가 끊긴 것이다. 이커머스 기업의 물류센터도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추가 수요가 줄어 창고 거래 시장도 타격을 받았다.
반면, 아파트는 모든 부동산 유형 가운데 유일하게 거래량과 거래 금액 모두 상승했다. 지난해 아파트 매매 거래는 37만7504건으로 전년(25만6979건)보다 46.9% 증가했고, 거래 금액도 150조7732억원으로 전년(74조9973억원)과 비교해 2배로 늘었다. 작년 초 1·3 대책을 통해 강남3구와 용산구 외 서울 전 지역이 규제 지역에서 해제되면서 대출 문턱이 낮아졌고, 최대 5억원까지 시중금리보다 싸게 빌려주는 특례보금자리론까지 출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수민 부동산플래닛 대표는 “고금리 기조가 확실히 완화될 때까지 당분간 부동산 시장 전반의 거래 둔화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