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대표적인 서민 창업 업종 중 하나인 부동산 중개업소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22년 중반 12만개에 육박했던 전국 중개업소 수는 20개월 사이 4000곳 넘게 감소했다. 고금리와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부동산 거래가 급감한 데다가 온라인 기반의 부동산 중개 플랫폼 이용이 활성화된 것도 ‘악재’가 됐다. 중개업소를 끼지 않고 매도자와 매수자가 직거래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21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에서 신규 개업한 중개업소는 총 890곳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개업 업소(1221곳)보다 27.1% 감소한 수치로 중개사협회가 개·폐업 현황 조사를 시작한 2015년 이후 2월 기준으로 최소였다.
반면, 지난달 폐업한 중개업소는 1049곳, 휴업한 중개업소는 118곳으로 총 1167곳의 중개업소가 영업을 중단했다. 전국의 중개업소 수는 11만4856곳으로 2021년 8월(11만4798곳)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중개업소 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2022년 6월(11만8952곳)과 비교하면 20개월 사이 4096개가 줄었다.
고금리와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여파로 부동산 거래가 급감한 것이 중개업소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 플래닛에 따르면, 올해 1월 부동산 매매 거래량은 8만1385건에 그쳐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0년 월평균 거래량(16만1252건)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한 달에 거래 건수가 손에 꼽힐 정도로 적고, 그마저도 중개 수수료가 낮은 전·월세”라며 “최근 개업한 공인중개사들은 사무실 월세도 못 버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거래 침체로 폐업하는 중개사가 많아지면서 중개업소 매물도 쌓이고 있다. 공인중개사협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최근 3개월간 올라온 사무실 매물은 지난 20일 기준 2838건에 달한다. 협회 관계자는 “기존 고객 명단과 사무실 집기까지 전부 넘기겠다는 매물이 많다”고 말했다.
중개업 불황에 공인중개사 시험 인기도 과거보다 시들해지고 있다. 지난해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는 28만7174명으로 1년 전(38만7710명)보다 26%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