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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강남역에서 300m쯤 떨어진 강남구 역삼동 2041㎡(약 617평) 부지가 지난 20일 한국자산관리공사 공매 시스템(온비드)에서 1550억원에 낙찰됐다. 앞서 4차례 유찰 끝에 최초 감정가(2307억원)의 67% 가격으로 겨우 팔렸다. 지난 2021년 이 땅을 산 부동산 개발업체는 최고급 오피스텔을 지어 수익을 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고가 오피스텔 수요가 급감하고,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위기로 자금 시장까지 경색되면서 첫 삽도 뜨지 못했다. 결국 1620억원 규모의 브리지론 만기 연장에 실패해 지난달 공매에 나왔다.

서울 강남권에서 우후죽순 개발에 나섰던 ‘하이엔드(최고급) 주거 시설’ 사업이 줄줄이 좌초하고 있다. 하이엔드 주거 시설은 통상 3.3㎡당 분양가 1억원 안팎의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고급 인테리어와 호텔식 서비스를 접목한 게 특징이다. 또한 아파트와 달리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 있다. 이에 고수익을 노린 일부 시행사가 대출로 도심 알짜 부지를 사들여 개발에 뛰어들었다. 부동산 호황기인 지난 2020~2021년 스타트업 대표, 인기 유튜버, 연예인 등 젊은 고소득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수요가 뚝 끊겼다. 결국 금융권에서 대출 회수에 나서면서 사업장 곳곳이 공매에 나오는 신세가 됐다.

올해 초 준공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도시형 생활주택 ‘대치 푸르지오 발라드’(78가구)는 지난 3월 시행사가 PF를 갚지 못해 단지가 통째로 공매에 넘어갔다. 소형 위주의 도시형 생활주택임에도 분양가가 3.3㎡당 최고 7900만원이었다. 아파트 역대 최고 분양가인 서초구 ‘메이플 자이’(3.3㎡당 6705만원)보다 비싸다 보니 찾는 사람이 없었다. 이달 초 8번째 입찰을 진행했지만, 전체 78가구 중 75가구가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남은 75가구의 최저 입찰가는 971억원으로 지난달 19일 첫 공매(1869억원) 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PF 정상화 방안에 따라 앞으로 공매로 나오거나, 사업 재구조화를 시도하는 고급 오피스텔 사업장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