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을 운영하려면 반드시 자기 소유의 토지와 건물에서 해야 한다는 규제가 완화된다. 사업자의 초기 투자 비용 부담을 낮추고, 수익을 내기 쉬운 사업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민간 투자를 끌어들여 ‘시니어 레지던스’를 대거 공급하려는 취지다. 중산층도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실버스테이(공공지원 민간임대)’를 공급하고, 대학교 내 유휴 시설과 국유지에도 시니어 레지던스를 짓기로 했다.
정부는 23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시니어 레지던스는 크게 민간이 운영하는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과 공공이 공급하는 임대주택인 ‘고령자복지주택’으로 나뉜다. 작년 기준 국내 실버타운은 40개소 9006가구, 고령자 복지주택은 3956가구에 불과하다. 국내 65세 이상 인구(1000만62명)의 0.13%만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에 비해 일본은 우리나라의 실버타운에 해당하는 유료노인홈 입주민만 63만명이 넘는다. 정부는 민간 주도 실버타운 공급을 확대하는 다양한 지원책으로 고령 인구 대비 시니어 레지던스 가구 비율을 일본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토지·건물 빌려서 실버타운 운영 가능
정부는 우선 민간 실버타운 공급을 가로막던 규제를 풀기로 했다. 현재는 실버타운을 짓고 운영하려면 사업자가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을 갖고 있어야 해 초기 비용 부담이 컸다. 정부는 하반기 중 토지와 건물의 ‘사용권’을 확보한 경우에도 실버타운을 건설할 수 있도록 시행 규칙을 고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사업자가 토지와 건물을 빌려서 실버타운을 운영할 수 있다.
정부는 일본의 ‘솜포케어’처럼 토지와 건물의 사용권을 바탕으로 실버타운을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사업자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솜포케어가 일본 전역에 공급 중인 시니어 레지던스 2만8500개 중 90%가 토지·건물의 사용권만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고령층이 선호하는 도심 지역에 실버타운을 공급하기 위해 도심 내 유휴 시설과 국유지를 시니어 레지던스로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 부산 동명대, 광주 조선대에서 학교 유휴 부지 내 교육·의료 시스템을 접목한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민생토론회에서 발표한 ‘분양형 실버타운’을 내년 중 전국 인구 감소 지역 89곳에 도입하는 방안도 재확인했다. 현재는 임대로만 실버타운을 공급할 수 있어 민간의 참여가 저조한 상황이다. 다만, 사업자의 운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일정 비율 이상은 임대형을 의무적으로 포함하기로 했다.
국내 최초로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에 도입한 헬스케어 리츠(REITs)를 활성화하기 위한 규제 개선도 추진한다. 실버타운 사업 경험이 있어야만 위탁 운영이 가능한 요건을 폐지하고, 리츠가 실버타운을 설치·운영할 경우 지방세 감면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내년까지 신도시 택지 3곳 이상을 활용해 리츠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중산층 위한 ‘실버스테이’ 도입
중산층을 위한 노인형 장기임대주택 개념의 ‘실버스테이’ 도입도 추진한다. 기존 노인 주거 모델이 고가의 실버타운과 저소득층을 위한 고령자 복지 주택으로 양분된 데다가 그마저도 물량이 충분치 않아 중산층 노인들이 거주할 만한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는 수도권 공공택지 중 병원·복지시설과 인접한 지역에 부지를 조성해 건설사에 공급하고, 실버스테이 건설 자금은 주택도시기금이 출자하거나 융자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원래 공공 지원 민간임대는 무주택자만 입주할 수 있지만, 실버스테이의 경우 60세 이상 유주택 고령자도 입주 가능하다. 하반기 중 시범 지역을 선정할 예정이다.
이 밖에 저소득층을 위한 고령자 복지 주택은 현재 건설 임대 방식으로 매년 1000가구를 공급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노후 임대주택의 리모델링과 매입임대를 통해 2000가구를 추가 공급해 연간 3000가구씩 공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