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16년째 추진 중인 서울 서부선 경전철 사업에 참여한 GS건설이 컨소시엄 탈퇴를 통보하면서 개통 지연이 또다시 불가피해졌다. 서울의 대표적인 교통 소외 지역으로 서부선 개통만 손꼽아 기다리던 서남·서북권 주민들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교통 불편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13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서부선 경전철 민간 투자 사업 우선 협상 대상자인 두산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해온 GS건설이 최근 컨소시엄에 탈퇴 의사를 통보했다. 이 컨소시엄에는 대표사인 두산건설을 비롯해 GS건설·롯데건설·계룡건설 등이 참여 중으로, GS건설의 지분이 17%를 차지한다. GS건설 측은 “2021년 수주 당시와 비교해 공사비가 너무 많이 올라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서울 은평구와 관악구를 잇는 서부선(새절역~서울대입구역·16.2㎞ 총 16개 역)은 현재 추진 중인 수도권 광역 교통망 가운데 가장 오래 지체되고 있는 프로젝트다. 지난 2000년 처음으로 계획이 발표됐고 서울시와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는 2008년 새절역에서 장승배기역까지 연결(12.1㎞ 구간 총 12개 역)하는 노선 계획을 확정했다. 당시엔 2017년 개통이 목표였으나 착공하지 못한 채 2015년 서울대입구역까지 연장하는 것으로 노선 계획이 바뀌었다. 여기에 민자 적격성 조사 통과까지 5년이 더 걸린 뒤, 2021년 두산건설 컨소시엄이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2023년 착공, 2028년 개통’으로 일정이 변경됐다.

하지만 원자재 값 상승으로 총사업비를 놓고 서울시와 컨소시엄 간 합의가 늦어져 아직 본계약(실시 협약)도 체결하지 못한 상태다. 이제 GS건설의 컨소시엄 탈퇴라는 악재까지 겹쳐 개통 시기가 더 미뤄지게 됐다. 이번 사업은 컨소시엄 대표사가 두산건설이기 때문에 GS건설이 대표사였던 위례신사선 때(지난 6월 사업 포기)처럼 서부선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가진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컨소시엄에 참여할 새 건설사를 얼마나 빨리 찾느냐가 관건이나, 건설 경기 악화로 이를 빠른 시일 내 구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새 건설사를 찾아 올 연말 실시 협약을 맺더라도 설계까지 1년, 공사는 6년이 걸리기 때문에 아무리 빨라도 2031년 이후에야 개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컨소시엄 대표사인 두산건설이 현재 여러 업체와 접촉 중인 것으로 안다”며 “그동안 의견을 좁히지 못해 왔던 총사업비도 두산건설 측과 합의가 돼, GS건설을 대체할 사업자만 찾으면 일단 실시협약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 10년 전에 공사에 들어갔어야 할 서부선 경전철이 사업 주체 간의 갈등으로 아직 삽도 뜨지 못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은평구 주민인 박모(45)씨는 “서울시의 소극 행정과 건설사의 무책임한 태도로 주민들만 고통을 겪고 있다”며 “교통망처럼 중요한 사업을 맡아놓고 중도에 포기하는 건설사엔 향후 입찰 페널티를 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