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대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면서 국내 건설기업들의 해외 수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의 수혜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해외 수주 텃밭인 중동 긴장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선 우려도 나온다.
7일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은 국토부 주도 하에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 정부와 협의해 발표한 ‘6대 선도 프로젝트’를 위주로 재건 사업 참여를 도모하고 있다. 6대 프로젝트는 키이우 교통 마스터플랜, 우만시 스마트시티 마스터플랜, 보리스필 공항 현대화, 부차시 하수처리시설, 카호우카 댐 재건 지원, 철도노선 고속화 등이다.
키이우 교통 마스터 플랜의 경우 키이우 현지 착수보고가 완료됐고, 키이우 주 정부와 인프라부 등 회의를 주 1회 실시하고 있다. 우만 스마트시티 마스터 플랜도 현지에서 최종보고회가 개최됐으며, 국내 기업과 후속 사업 추진을 협의 중이다. 보리스필공항 현대화 사업은 한국공항공사를 중심으로 스마트공항 시스템 및 항행안전 시스템 제공, 활주로 등 공항 확장·개발사업, 마스터플랜 수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 외에도 주요 기업이 도시 개발과 철도·공항 건설 등 다양한 프로젝트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서부 요충지인 리비우시에 스마트시티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현대건설은 보리스필 수도 공항 인프라 확장사업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미국 홀텍인터내셔널과 2029년 3월까지 우크라이나에 SMR(소형모듈원전) 20기를 건설하는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국내 건설사들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료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건 사업 참여 확대에 희망을 걸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후보로 공식 선임되기 이전부터 수차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당장 끝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왔다. 당선될 경우 우크라이나로 들어가는 무기 지원을 끊은 뒤 협상을 중재하는 등 강경한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재건을 담당하는 주요 부처인 지역사회 및 영토 개발부(인프라부)와 국가 복구 및 인프라 개발청(재건청)의 예산을 대폭 증액하면서 재건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인프라부의 올해 예산은 3억700만달러(약 4295억원)에서 내년에는 5억5000만달러(약 7696억원)로 60% 가까이 증가했고, 재건청도 올해 예산 6억3800만달러(약 8927억원)에서 내년 11억5000만달러(약 1조6096억원)로 61% 증가한 예산안을 짰다. 세계은행의 ‘우크라이나 긴급 피해 및 재건 소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우크라이나 복구를 위해 약 4860억달러(약 680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동 긴장도가 높아지는 것은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동 사태 확전과 관련 바이든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강경책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건설사의 중동시장 의존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중동 국가 신규 발주 감소, 프로젝트 지연 등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