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호황을 누렸다가 기업들의 거점 오피스 수요가 급감하면서 위기를 맞은 국내 공유 오피스 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공유 오피스 업체들이 애초 사업 모델이던 ‘공유 경제’ 개념과 상관없는 사무실 임대 중개나 빌딩 개조, 인테리어 같은 사업에 나서는 것이다.
공유 오피스는 특정 공간을 사무실로 꾸며 개인이나 기업·단체가 쓸 수 있게 하면서 회원료나 임대료를 받는 방식으로 영업했다. 코로나 기간 거점 오피스를 도입하는 기업 수요가 몰리면서 특히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코로나가 끝나고 기업들이 줄줄이 사무실 복귀를 선언하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세계 1위 공유 오피스 업체인 미국 위워크도 2023년 11월 파산을 신청하며 몰락했다. 최근 경기 불황으로 주 고객층인 벤처나 스타트업들의 발길도 줄었다. 글로벌 부동산 기업 CBRE에 따르면, 2021년 21개였던 서울 지역 공유 오피스 출점 수는 2023년 9개로 줄었고, 작년 상반기엔 단 2곳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은 더는 ‘공유 오피스’ 출점에만 매달리지 않고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스파크플러스는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인근에 지하 1층~지상 13층짜리 빌딩을 통째로 빌려 ‘오피스B’라는 브랜드의 사무공간을 열었다. 오피스B는 공유 오피스가 아니라 한 층 단위로 기업에 사무실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입주 기업은 빌딩 주인과 임대차계약을 맺고, 스파크플러스는 인테리어와 관리·운영만 맡아 빌딩 소유주와 임대료 수익을 나눠 갖는다. 스파크플러스는 올 1분기에 이런 지점을 최소 3개 이상 더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공유 오피스 1위 업체 패스트파이브는 2023년부터 맞춤형 사옥 리모델링 사업을 하고 있다. 기업과 계약을 맺고 새로운 사옥으로 쓸 매물 선정부터 내부 설계, 운영·관리까지 대신 해주면서 빌딩 소유주 측과 임대차계약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임대인과의 비용 협상도 패스트파이브가 대신한다.
중소 규모의 공유 오피스 업체들 사이에선 ‘비(非)상주 사무실’ 서비스가 유행하고 있다. 사무실 수요가 줄자 소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그냥 사업자 등록 주소만 빌려주고 돈을 받는 방식의 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