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전세보증) 보증료율을 상품 출시 이후 12년 만에 조정한다.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보증금과 선순위 채권액을 더한 금액의 비율)이 70%를 초과해 전세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큰 경우 보증료가 최대 37% 오를 전망이다.
HUG는 전세보증 보증료 체계를 개편해 오는 3월 3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HUG 전세보증은 2013년 출시 이후 0.1%대 보증료율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대규모 전세금 미반환 사태가 잇따라 발생, 보증사고율이 약 8%에 달하면서 보증료율을 개편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HUG는 보증 사고 발생 위험도를 감안해 보증료율을 합리화하기로 했다. 전세가율이 70% 이하여서 사고 발생 위험이 낮은 경우엔 보증료율을 현행 대비 최대 20% 인하한다. 반면, 70%를 넘는 경우엔 사고 위험이 크다고 보고 보증료율을 기존보다 최대 37% 인상한다.
또 보증금 규모가 클수록 위험이 크다고 판단, 보증금 구간을 1억원 이하, 1억원 초과~2억원 이하, 2억원 초과~5억원 이하, 5억원 초과~7억원 이하 등 4단계로 세분화해 보증료율 차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연 0.115%~0.154%인 보증료율이 보증금 규모와 전세가율에 따라 0.097%~0.211%로 조정된다.
또 그동안에는 1주택자나 다주택자라도 소득이 적거나, 사회 배려 계층(다자녀·장애인·고령자·신혼부부 등) 할인 요건을 충족하면 보증료를 할인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무주택자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저소득자는 기존 60% 할인율을 유지하되, 사회 배려 계층은 할인율을 50%에서 40%로 축소한다.
HUG는 보증료율 인상에 따른 임차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병행하기로 했다. 보증료를 6개월 또는 12개월 단위로 무이자 분납이 가능하도록 하고, 기존 보증 가입자가 동일한 주택에 대해 보증을 갱신할 경우 1회에 한해 종전과 같은 보증료율을 적용한다. 또한 현재 시행 중인 지자체별 ‘전세보증 보증료 지원사업’의 지원 한도를 보증료 조정시기에 맞춰 현행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상향할 계획이다.
HUG가 보증료율 조정을 통한 재무건전성 강화에 나서는 건 지난해에도 전세보증 사고 금액이 4조5000억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전세사고가 급증하자 HUG 영업손실은 2023년 3조9962억원에 달했고, 지난해 손실 역시 4조원 안팎을 기록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