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의 한 귀금속 상가에 위치한 전용면적 26㎡(약 7.8평)짜리 상가가 지난달 열린 경매에서 3000만원에 낙찰됐다. 2023년 경매에 넘겨져 무려 11차례 유찰된 끝에 감정가(3억2000만원)의 9.4% 수준에 겨우 주인을 찾은 것이다. 경매 업계 관계자는 “빵집이었는데 코로나 이후 문을 닫은 뒤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관리비도 체납된 상태”라고 했다.
경기 침체와 온라인 중심의 ‘유통 혁명’ 여파에 상가 공실이 늘면서 경매 시장에서도 상가가 외면받고 있다. 상가 매물은 계속 쌓이는데 경매 시장에 나온 수도권 상가 중 열에 아홉은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7일 경·공매 데이터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 시장에 나온 서울 상가 중 주인을 찾은 낙찰률은 15.5%(258건 중 40건)였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률이 47.2%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경기(14.8%)와 인천(16.5%) 상가 역시 낙찰률이 20%를 밑돌았다.
수차례 유찰 끝에 어렵게 낙찰이 되더라도 헐값인 경우가 대다수다. 지난달 경기 지역 상가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48.1%에 그쳤고, 서울(68.1%)과 인천(65.6%)의 낙찰가율도 저조했다. 개별 상가로 보면 낙찰가율이 10%를 밑도는 사례도 수두룩하다. 경기 광명시 광명동의 한 건물 4층 상가(전용면적 65㎡)는 8차례 유찰 끝에 지난달 감정가(2억7800만원)의 5.8%인 1600여 만원에 매각됐다. 양주시 덕정동의 한 2층 상가(전용면적 27㎡)도 7차례 유찰 끝에 감정가(1억500만원)의 8.5% 수준인 89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상가 경매 시장은 코로나 때보다 더 얼어붙은 상황이다. 2020년 말 기준 전국 상가 경매 건수는 580건에 그쳤는데, 작년 말에는 4.5배에 달하는 2605건이 쌓였다. 반면 낙찰률은 같은 기간 30%에서 반토막 수준인 13.7%로 급락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낙찰률이 10%대라는 건 아무도 상가 투자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라며 “아무리 헐값에 상가를 매수하더라도 임차인을 구할 가능성이 낮아 상가로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