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은 2020~2021년 아파트값 급등기에 정부가 주택 시장 규제를 강화하자 오피스텔, 생활형 숙박 시설, 지식산업센터 등 규제 강도가 덜한 비(非)주택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코로나 시기 수요가 급증한 물류센터 수주에 뛰어드는 업체들도 많았다.
하지만 2022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부동산 투자 심리가 얼어붙어 수요가 급감하자 이런 투자는 고스란히 빚더미로 돌아왔다. 실제 본지가 지난해부터 올 2월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한 시공능력평가 300위 이내의 중견 건설사 17곳을 분석해 보니, 비주택 사업 부진이 자금난으로 이어진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17곳 중 광주 소재 건설사가 4곳, 서울 3곳, 경기·전남·부산 2곳씩 등이었다. 중견 건설사의 줄도산을 막으려면 아파트를 넘어 비주택 부문까지 아우르는 종합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경남 2위 건설사인 대저건설(시공능력평가 103위)은 서울 광진구와 경기 시흥시 등에서 오피스텔과 지식산업센터 시공에 뛰어들었다가 대규모 미분양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대저건설의 공사 미수금은 2023년 말 기준 779억원이다.
부산 지역 건설사인 신태양건설(105위)도 경기 의정부의 430억원 규모 생활형 숙박 시설 공사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다른 주택 사업까지 접어야 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도급 순위 100위 밑의 작은 건설사는 사업장 한 곳만 망가져도 존폐 위기에 몰린다”고 했다.
비주택 사업을 하다 책임준공 기한을 못 지키는 바람에 빚이 생겨 법정관리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았다. 책임준공은 건설사가 정해진 기간에 공사를 끝내기로 하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시행사가 금융권에서 빌린 대출을 모두 떠안는다는 약속이다. 전남 나주의 새천년종합건설(2023년 105위)은 2023년 11월 말이었던 경기 평택의 물류센터 준공 기한을 준수하지 못해 약 800억원의 채무를 인수했다. 안강건설(116위) 역시 경기 안산의 물류센터의 책임준공 기한을 못 지켜 830억원의 채무를 떠안았다. 두 회사의 연 매출액은 각각 2000억원 안팎 수준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아파트 중심이 아니라 비주택에 대해서도 세제 혜택과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보증 확대를 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