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올해 서울 공동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7.86% 올랐다. 지난해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시세가 많이 오르면서 지난해(3.25%)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서초구는 공시가격이 11% 넘게 오르고, 송파·용산·성동구 같은 인기 주거지도 1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반포 일대 신축 아파트, 압구정동 등 인기 재건축 단지는 공시가격이 20% 넘게 오르고,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한 보유세 부담이 작년보다 30~40%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그래픽=박상훈

국토교통부는 전국 공동주택 1558만 가구의 올해 1월 1일 기준 공시가격을 공개하고 다음 달 2일까지 소유자 의견을 접수한다고 13일 밝혔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3.65% 상승해 작년(1.52%)보다 상승률이 배 이상 커졌다.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값 시세가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는 국민의 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정부 때 도입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로 관련 법안(부동산공시법) 개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3년째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인 69%로 동결하는 임시방편을 쓰고 있다.

◇원베일리 보유세 36% 뛰고, 마래푸도 종부세 대상

올해 서울 25구(區) 모두 공동주택 평균 공시가격이 전년보다 올랐다. 다만, 서울에서도 구별로 상승률은 큰 차이를 보였다. 서초구의 상승 폭이 11.63%로 가장 컸으며 강남구(11.19%), 성동구(10.72%), 용산구(10.51%), 송파구(10.04%), 마포구(9.34%)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로 불리는 서민 주거지는 공시가격 상승률이 1~2%대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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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고가 아파트 보유자는 보유세 부담이 작년보다 30~40% 수준으로 뛸 전망이다. 실수요자인 1주택자 입장에선 세 부담 증가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추정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9차’ 전용면적 111㎡는 공시가격이 작년 27억6000만원에서 올해 34억7600만원으로 25.9% 뛰면서 보유세도 같은 기간 1328만원에서 1848만원으로 39.2% 급등한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는 올해 보유세가 1820만원으로 작년(1340만원)보다 35.8% 늘어난다. 이 단지 전용 84㎡ 실거래가는 작년 1월 38억원에서 12월엔 51억원까지 뛰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서울 인기 지역에서 아파트 실거래가가 오른 것은 사실이고, 이번 공시가격 안도 실거래가를 반영한 수준”이라고 했다.

강북권에서도 마포·용산·성동구 등 지난해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지역은 보유세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의 경우 작년엔 공시가격(11억4500만원)이 12억원을 넘지 않아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아니어서 재산세만 244만원 냈다.

◇경기·인천 등도 많이 올라

올해는 공시가격이 13억1600만원으로 14.9% 오르면서 재산세 260만원에 종부세 27만원을 합쳐 보유세 287만원을 내야 한다. 마찬가지로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 전용 84㎡도 작년엔 공시가격이 11억5200만원으로 재산세만 246만원 냈지만, 올해는 공시가격이 13억8400만원으로 올라 종부세를 포함해 보유세 304만원을 내야 한다. 올해 1가구 1주택 종합부동산세 대상(12억원 이상)이 되는 주택 수는 지난해 26만6780가구(전체 주택 중 1.75%)에서 31만8308가구(2.04%)로 5만1500여 가구 증가했다.

◇부산·대구·광주 등 10개 시도서 공시가 하락

서울에 이어 경기(3.16%), 인천(2.51%), 전북(2.24%), 울산(1.07%) 순으로 공시가격이 많이 올랐다. 다만 서울을 빼면 전국 평균 상승률(3.65%)을 웃도는 시도가 한 군데도 없었다. 주택 수요 부진, 미분양 아파트 증가 등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 지방에선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내린 곳이 많았다. 세종(-3.28%), 대구(-2.90%), 광주(-2.06%), 부산(-1.66%), 경북(-1.40%) 등 10개 시도에서 공시가격이 내리면서 보유세도 작년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한편, 전국에서 공시가격이 가장 비싼 공동주택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에테르노청담’ 전용 464㎡로 200억6000만원으로 나타났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200억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4일부터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음 달 2일까지 의견서를 제출받으며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4월 30일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