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서울시의 토지 거래 허가 구역(토허제) 해제 발표 이후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에서 아파트 매매 거래가 배(倍)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82건이던 거래량이 규제에서 풀린 다음엔 166건으로 늘었다. 거래당 평균 실거래가는 토허제 해제 전보다 1억원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본지가 토지 거래 허가 구역 해제 전후 22일간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등록된 잠실·삼성·대치·청담동의 아파트 매매 거래를 전수조사한 결과다. 불과 닷새 전인 지난 9일 서울시는 “토지 거래 허가 구역 해제 후에도 거래량 증가가 미미했고, 실거래가는 오히려 1.3% 내렸다”고 했는데, 실제 시장은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부동산 거래법상 아파트 계약 신고 기한은 30일인데, 서울시 조사 때 미처 집계되지 않은 다수의 아파트 거래 계약이 신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토허제 해제 이후 아파트 매수 수요가 몰리면서 일주일도 채 안 돼 거래량과 아파트값 상승 폭이 대폭 커진 것이다. 실제로 토허제 해제 지역이 속한 송파구와 강남구는 매주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뛰고 있다. 13일 한국부동산원 발표에 따르면, 이번 주 송파구 아파트값은 0.72%, 강남구는 0.69% 각각 상승해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1~2월 이후 7년여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토허제 풀리니 아파트 거래 급증
본지 전수조사 결과, 토허제에서 풀린 2월 13일부터 3월 6일까지 22일 동안 잠실·삼성·대치·청담동에서 총 166건의 아파트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서울시는 지난 9일 “토허제 해제 전후 22일간 전체 아파트 거래량은 78건에서 87건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는데, 본지 조사에선 실제 거래량이 서울시 발표보다 79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토허제 해제 후 가장 거래가 활발한 지역은 송파구 잠실동이었다. 해제 이전 22일 동안(1월 22일~2월 12일) 44건이었는데, 해제 이후엔 72건으로 늘었다. 잠실 ‘리센츠’는 8건에서 20건으로 늘었고, ‘레이크팰리스’는 4건에서 13건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강남구 삼성동 아파트 매매 거래는 7건에서 33건이 돼 4배 이상으로 늘었다. 대치동은 24건에서 33건으로, 청담동은 7건에서 28건으로 증가했다.
◇실거래가도 수억씩 오른 단지 속출
토허제에서 풀린 4개 지역의 아파트 실거래가도 눈에 띄게 올랐다. 규제에서 풀린 뒤 평균 실거래가는 28억2213만원으로 해제 전(27억3738만원)보다 8475만원 올랐다. 서울시는 토허제 해제 이후에도 평균 거래가가 1.3% 내렸다고 발표했는데, 호가(呼價)를 올린 매물들이 속속 팔리면서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실제로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서울시의 토허제 해제 발표 전날인 11일 27억5000만원에 계약됐는데 해제 후엔 30억원에 거래됐다.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전용 84㎡ 실거래가는 지난 1월 23억9500만원에서 토허제 해제 후 27억4000만원으로 3억4500만원 뛰었다. 대치동에선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가 40억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대출 규제 등 외부 변수 영향을 덜 받는 수요자가 많은 지역인 만큼 급등한 호가를 실거래가가 따라가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호가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과열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시 “수시로 시장 상황 공개할 것”
토지 거래 허가제는 일정 규모 이상 집이나 땅을 거래할 때 관할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제다. 2년간 실거주 목적의 주택 매매만 허용하며,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2020년 6월 이후 5년 가까이 토허제로 묶였던 잠실·삼성·대치·청담동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 침해에 대한 불만이 컸다.
서울시는 토허제 해제 지역의 집값 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 자치구와 점검반을 편성해 허위 매물이나 가격 담합 등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며 “이번 주말을 포함해 수시로 실거래 현황을 집계해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전날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과 함께 진행한 부동산 시장 점검 회의에선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면 토허제 재지정을 즉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투기 방지를 위해 부동산을 거래할 때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은 2년간 실거주 목적의 매매만 허용하며,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