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반년 만에 5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가 지난달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하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여파다. 강남권 집값 상승세가 심상찮자 정부와 서울시가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을 즉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거래량 증가세는 서울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토허제 해제와 맞물려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 문턱도 낮아지자 비교적 금리 민감도가 높은 비(非)강남권으로도 상승세가 번지는 것이다. 특히 서울 내에서 대표적인 집값 약세 지역으로 꼽히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및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역시 지난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3개월 만에 상승하며 꿈틀거리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 반년 만에 5000건 돌파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5일 집계 기준 5138건을 기록해 작년 8월(6537건) 이후 6개월 만에 5000건을 돌파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작년 9월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한 이후 올 초까지 줄곧 3000건대에 머물렀다. 2월에 계약서를 쓴 거래에 대한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 남아 있어 거래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자치구별로 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린 강남권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현재까지 2월 거래량이 가장 많은 곳은 잠실동이 있는 송파구로 428건이 신고됐다. 삼성·대치·청담동이 있는 강남구가 419건으로 뒤를 이었다. 강남구의 거래량은 1월(198건)보다 배(倍) 넘게 뛰었다. 이어 강동구(344건), 노원구(336건), 성동구(325건) 순으로 나타났다.
거래량 증가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된 13일 이후 더욱 두드러졌다.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가운데 13일 이후 계약 건이 3281건으로 전체의 63.9%에 달했다. 강남구는 전체 419건 가운데 68.7%에 달하는 288건이 토허제 해제 이후 계약됐다. 강북 인기 지역인 마포구(69.2%)와 성동구(68.6%) 역시 2월 계약 10건 중 7건이 토허제 해제 이후 계약됐다.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토허제 해제 이후 잠실 호가(呼價)가 급등하자 대체재로 금호동이나 옥수동을 찾는 매수자가 많았다”고 했다.
◇노도강·금관구도 회복 조짐
토허제 해제 이후 뜨거워진 강남권 부동산 시장 열기는 금리 인하와 맞물려 비강남권으로도 서서히 확산하고 있다.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노원·도봉·강북구와 금천·관악·구로구의 아파트 거래량도 지난달 908건으로 전월(599건)보다 51.6% 증가했다. 매매 가격 역시 강남권과는 온도 차가 있지만 상승세가 감지됐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노도강, 금관구 등 6구에서 거래된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6억9926만원으로 전월보다 0.18% 올랐다. 강남 4구(1.09%)의 상승률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나, 3개월 만에 상승 전환하면서 회복세를 보인 것이다.
전월과 비교해 매매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관악구(8억972만원)로 0.69% 올랐다. 이어 강북구(0.48%), 도봉구(0.23%), 구로구(0.16%) 순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관악구 봉천동 두산 전용 84㎡는 지난달 10억5000만원에 팔려 2022년 9월(11억5000만원)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강북구 번동 삼성 전용 84㎡도 지난달 6억3000만원에 거래돼 2021년 12월(7억원) 이후 처음으로 6억원을 넘겼다.
이 같은 비강남권의 회복세는 대출 문턱이 낮아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 R114 수석연구위원은 “강남권은 정부 규제의 영향이 큰 반면, 노도강·금관구는 대출 의존도가 높아 금리 민감도가 높은 지역”이라며 “올 들어 대출 빗장이 풀리고,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 금리도 내려오는 추세여서 매수세가 확산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도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해 설명 자료를 내고 “실거래 동향과 현장 상황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서울시는 서울 아파트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일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등 즉각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