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에 있는 모든 아파트가 이달 24일부터 9월 말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다. 한 달여 전인 지난달 13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이 재지정되는 것은 물론 강남 3구와 용산구 내 아파트 2211개 단지, 약 40만 가구가 모두 규제로 묶이는 것이다. 1978년 제도 도입 후 토지거래허가구역이 구(區) 단위로 광범위하게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내 토지거래허가구역 면적은 52.79㎢에서 163.96㎢로 3배로 커졌다. 서울 전체 면적(605.24㎢)의 27.1%에 달한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지역 주민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도 정부가 ‘초강수’를 던진 것은 최근 서울 집값 상승세가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확대와 맞물려 심각하게 확산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에도 마포·성동·강동구 등에서 ‘풍선 효과’가 나타나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추가 지정할 방침이다. 현재 강남 3구와 용산구에만 적용되는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을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대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그래픽=김성규

◇서울 집값 급등에… 반포·한남까지 처음 지정

오는 24일부터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에서 아파트를 사고팔려면 이유를 막론하고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아파트 매수자는 반드시 2년간 실거주를 해야 해 ‘갭 투자’(전세 끼고 매수)가 금지된다. 정부와 서울시가 4구(區)를 한꺼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것은 최근 서울 주택 시장이 이례적으로 과열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토부는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금리 인하, 유동성 증가 등이 겹치면서 집값의 상승 폭이 이례적이고, 단기간에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는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집값 불안을 조기에 진정시키려는 조치”라는 평가 속에 “한 달여 만에 규제 완화를 번복하면서 정책 신뢰도에 흠집이 나고 시장에 혼선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발 집값 급등에 한 달 만에 규제 강화

서울시는 지난달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하겠다며 약 5년간 묶여 있던 잠실·삼성·대치·청담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했다. 그러나 3월 개학을 앞두고 학군지인 강남권 이사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에다가 실물 경기 침체로 기준 금리 인하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집값을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실제로 규제 해제 이후 강남 3구에서 시작된 아파트값 급등세는 강북 지역까지 빠르게 확산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10일 기준) 송파구(0.72%)와 강남구(0.69%), 서초구(0.62%) 아파트값은 2018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강북 선호 지역으로도 수요가 옮겨가며 마포 0.21%, 용산 0.23%, 성동 0.29% 등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지인 매수와 갭투자 등 투기성 거래가 확대되면서 집값 급등을 부추겼다. 강남 3구의 외지인 주택 매수 비율은 지난 1월 55.3%에서 지난달 62.4%로 급반등했다. 강남 3구 갭 투자 비율은 지난 1월 35.2%에서 지난달 43.6%로 뛰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합동 브리핑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풀면서 예상외로 가격 급등 현상이 나타나 정말 뼈아프게 생각한다”고 했다.

오는 9월 말까지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내 아파트(2211개 단지, 39만7297가구)를 사려면 먼저 구청에 토지거래허가신청서와 이용계획서, 자금조달계획서 등을 제출해 실거주 목적을 증명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용산구 한남동, 서초구 반포동은 처음 규제를 적용받는다. 서울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등 기존 토지거래허가구역도 시장 과열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 계속 지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정부는 현재 강남 3구와 용산구에만 적용되는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무주택자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집값의 50%로 제한되고, 다주택자의 경우 취득세나 양도소득세가 중과된다.

◇당장은 거래 줄지만 집값 안정 효과는 미지수

이번 조치로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매매 거래 위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강남권을 포함한 서울 인기 지역의 아파트값이 내릴 것이냐엔 의견이 엇갈린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수석은 “거래량이 감소해 단기적으로는 가격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강남 3구와 용산구는 실거주 수요도 탄탄해 시간이 지나면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5년째 허가구역으로 묶인 압구정이나 여의도 등도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내년 이후 서울 입주 물량이 크게 줄고, 추가적으로 금리가 내리는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주변 지역으로 매수세가 몰리는 것을 우려하는 의견도 많았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가 마포, 성동, 강동구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투기 방지를 위해 부동산을 거래할 때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로,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지정할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은 2년간 실거주 목적의 매매만 허용하며,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가 불가능하다.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집값 급등이나 청약 경쟁률 같은 지표를 바탕으로 과열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지역을 대상으로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하는 규제 지역. 무주택자 LTV 50%(유주택자 30%) 등 대출이 제한되고, 청약 재당첨 제한(7~10년)이나 분양권 전매 제한(1~3년) 같은 규제가 적용된다. 다주택자는 취득세·양도세가 크게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