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현국

직장인 신모(36)씨는 이달 말 부과될 ‘2월분 아파트 관리비’가 얼마나 오를지 걱정이 앞선다. 지난겨울 관리비를 아끼려고 난방 시간을 줄이는 등의 노력을 했는데도 1월 관리비가 한 달 전보다 3만원가량 더 나와 30만원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신씨는 “난방비 외에 전기료, 수도료가 모두 올랐고 청소비와 소독비, 심지어 승강기 유지비까지 인상됐다”며 “각종 생활 물가 인상으로 살림살이가 어렵다지만, 아파트 관리비만큼 많이 오른 것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국내 아파트 관리비가 일반 물가보다 2배 정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아파트 약 1200만 가구의 관리비 데이터를 보유한 관리비 고지·결제 대행 업체 ‘아파트아이’가 지난 10년간의 아파트 관리비를 조사한 결과, 전용면적 1㎡당 월평균 관리비는 2015년 2065원에서 지난해 2895원으로 40.2% 올랐다. 같은 기간 정부가 집계한 소비자물가지수 인상률(20.3%)의 2배 수준이다. ‘국민 평형’이라 불리는 전용면적 84㎡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가족이 지난해 1년간 낸 평균 관리비는 291만8000원으로 2015년(208만1000원)과 비교해 80만원 넘게 늘었다.

아파트 관리비를 구성하는 항목들이 최근 수년간 국내외 경제 상황에서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이슈가 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청소비와 경비비 등은 인건비 급등, 전기료와 난방비는 에너지 비용 증가 때문이다. 장기수선충당금은 각종 원자재비 상승으로 건설 공사비가 급등한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아파트 관리비는 물가 인상의 ‘종합 세트’”라는 말도 나온다.

그래픽=김현국

◇구성 요소 전부 물가보다 많이 인상

아파트아이 분석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 전체 가구가 나눠 내는 공용 관리비 항목이 10년 간 41.9% 올랐다. 청소·경비·미화·소독 같은 비용으로 최저임금을 포함해 인건비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항목들이다. 지난 10년간 최저임금이 한 번도 내리지 않은 것처럼 공용 관리비도 꾸준히 우상향했다.

난방비, 전기료, 수도료 같은 개별 관리비는 10년간 29.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난방비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소폭 줄어들었지만, 최근 다시 오르는 추세다. 비용 인상 요인에도 여론 눈치만 보면서 동결하다가 최근 들어 다시 전기료·가스비 등을 조정한 것이 아파트 관리비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5년만 따지면 전기료는 47%, 난방비는 29% 급등해 갈수록 에너지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파트 시설을 수리하고 교체하는 데 쓰는 장기수선충당금은 10년 사이 무려 114.6% 뛰어 2배 이상이 됐다. 수리에 필요한 원자재 비용이 올랐고, 인건비 영향도 있었다. 또 시간이 흐를수록 아파트가 노후화되는 데 따라서 유지·보수 수요도 늘어나는 게 장기수선충당금 인상 요인으로 꼽힌다.

◇관리비 많이 오른 지역은 세종시, 시기는 9월

지역별로는 세종시가 10년 전과 비교해 관리비가 67% 뛰어 인상 폭이 가장 컸다. 전용 84㎡ 기준 연간 관리비가 140만원 가깝게 오른 셈이다. 세종시 아파트 관리비가 유독 많이 오른 배경에 대해 아파트아이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새로 공급된 아파트가 많고, 지역 난방 이용률도 다른 지역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역난방공사는 지난해 요금을 9.5% 인상한 바 있다. 세종시 외에 관리비가 많이 오른 지역은 경북으로 63%였다. 가장 덜 오른 지역은 대구(32%)였고, 다음은 대전(33%), 울산·전북(36%) 순이었다.

시기별로는 9월 아파트 관리비가 10년 새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당 관리비가 2015년 1847원에서 작년 3015원으로 63% 뛰었다. 기후변화로 여름철이 길어지면서 9월에도 에어컨을 사용하는 집이 많아진 영향이다. 8월이 57%, 7월은 51% 오른 것도 에어컨 사용에 따른 전기료 상승이 관리비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