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 회사 SK디앤디가 운영하는 코리빙 업체 '에피소드' 신촌점의 공용 카페 공간. 이런 코리빙 시설은 헬스장과 소형 영화관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서 대학생, 프리랜서, 외국인 유학생 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SK디앤디

대전에 살던 30대 여성 이모씨는 지난해 취업에 성공해 서울 동대문으로 이사했다. 하지만 정식 채용이 보장되지 않은 6개월짜리 인턴직이어서 전셋집을 구하거나 1년 이상의 월세 계약을 하기는 부담스러웠다. 결국 이씨가 찾은 ‘대안’은 한 달씩 머물 수 있는 ‘코리빙(Co-living)’이었다. 코리빙은 침실과 화장실 등은 독립적으로 사용하면서 주방과 거실 등은 다른 입주자들과 공유하는 주거 형태다. 6개월 동안 코리빙에서 지내며 정규직 전환에 성공한 이씨는 제대로 된 ‘서울 집’을 찾을 때까지 계속 머물기로 했다. 이씨는 “주변보다 월세가 30% 정도 비싼 편이지만, 개인 사정에 따라 원하는 기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게 너무 편하다”며 “운동 시설이나 주방, 세탁실 등도 젊은 세대 취향에 맞게 잘 갖춰져 있다”고 했다.

2030세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입주민을 모으던 코리빙이 대학생과 프리랜서, 외국인 유학생까지 끌어모으며 국내 임대주택 시장에서 세를 넓히고 있다. 코리빙은 가정집을 개조해 개인이 운영하는 ‘셰어하우스’와 비슷한 주거 형태지만, 기업이 운영하고 계약부터 입·퇴실 등을 디지털화했다는 차이가 있다. 코리빙 업체들은 1인 가구가 목돈 부담이 덜한 월세를 선호하지만, 동시에 방학이나 이직, 출장 등으로 상황에 따라 주거를 옮겨야 해 기본 2년 단위인 정식 임대차계약을 맺기는 부담스러워하는 수요를 노렸다. 업체마다 매년 새로운 지점을 내면서 국내 코리빙 가구 수는 지난 2월 7300가구를 돌파했다.

그래픽=이진영

◇장점은 유연한 주거 기간

코리빙의 가장 큰 장점은 주거 기간을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대학생이 월세로 원룸에 살게 되면 최소 1년 이상을 계약해야 한다. 방학을 맞아 부모님 집에 가게 돼 한 달 이상 집을 비워도 월세를 내야 한다. 코리빙은 1~3개월 계약이 가능하고, 보증금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다. 특히 기업이 운영하는 만큼 비교적 전세 사기로부터 안전하다. 코리빙 업체 ‘맹그로브’를 운영하는 엠지알브이(MGRV)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전세 사기가 대두됐던 2022년부터 입실 문의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입실 경쟁률은 7.4대1을 기록했으며, 입실 대기 건수도 월평균 120~150건 수준”이라고 했다.

코리빙 업체들은 2030세대를 겨냥한 서비스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건물 내 카페와 공용 주방, 소형 영화관, 도서관, 헬스장, 암벽등반 시설 등에 더해 입주민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면서 젊은 세대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직장인들은 코리빙에 마련된 공유 오피스에서 일을 하고, 대학생들은 공유 회의실에서 조별 과제를 한다. 한 코리빙 입주민은 “TV와 책상, 의자 등 가전·가구 대여도 가능하다 보니 주거나 이사 부담이 적다”고 했다.

코리빙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대안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MGRV의 경우 전 지점 입주민의 25%가 외국인일 정도다. 외국인 유학생에게 1년 이상의 원룸 계약 기간과 1000만원 이상의 보증금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아시아권보다 유럽과 북미권 유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업계 관계자는 “입실 외국인 절반 이상은 코리빙이 이미 대중적으로 자리 잡은 미국, 영국 등 북미와 유럽 출신”이라며 “최근에는 해외 교육 기관들의 B2B(기업 간 거래) 문의도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확장 나서는 코리빙 산업

국내 코리빙 시장이 활력을 띠면서 관련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확장에 나서고 있다. SK디앤디는 지난달 국내 코리빙 기업 ‘로컬스티치’를 인수·합병하면서 3800가구에서 6200가구로 몸집을 키웠다. MGRV는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손잡고 5000억 규모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두 회사는 모두 2028년 운영을 목표로 시니어를 위한 코리빙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국내 코리빙 업체 홈즈컴퍼니도 올해 상반기 중 일본 도쿄 신주쿠에 이어 도쿄 나카메구로에 새로운 코리빙 공간 문을 연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 연령, 직업, 이사 시기는 물론 어떤 지역에 무슨 수요가 늘어나는지 등을 분석해 공실 리스크에 대응하는 등 업체들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전략적인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