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서울에서 아파트나 상가 등을 사들인 외국인 중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1~3월) 중국인 비율은 42.1%로 2015년 1분기(36.3%)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았다.

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1분기 서울에서 아파트·오피스텔·상가 등 집합건물을 사들인 중국인 수는 161명으로, 전체 외국인 매수자(382명)의 42.1%로 나타났다. 외국인 부동산 매수자 중 중국인 비율은 코로나 직전인 2019년 1분기 57.1%로 정점을 찍고 나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최근 관광객 감소 등의 영향으로 중국인을 상대로 장사를 하거나 임대업을 하는 중국인의 부동산 매수 수요가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한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대림동이나 가리봉동, 연남동 등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조선족이 많았는데, 단체 관광 문화가 사라지는 등 예전만큼 손님이 찾아오질 않으니 새로 건물을 살 이유가 줄어든 것”이라고 했다.

8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역 인근 차이나타운 거리 모습. /이태동 기자

실제로 차이나타운이 있는 서울 영등포구와 구로구의 조선족 인구(법무부 등록 외국인)는 2019년엔 5만376명이었는데, 작년 3만659명으로 39.1% 급감했다. 대림동 차이나타운 내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한국 내수 경기가 안 좋아 일자리가 없어져서인지 새벽마다 봉고차에 가득 찼던 중국인 일용직 근로자들도 요즘은 통 안 보인다”고 했다. 연남동 중국인 전문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조선족이 서울 물건을 매수하면, 이후 화교들이 추격 매수하는 패턴이 있었는데 이런 모습도 사라지는 추세”라고 했다.

중국인 수요가 줄면서 외국인 부동산 매수자 중 미국·캐나다·호주 등 서구권 국적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늘고 있다. 서울에서 집합건물을 사들인 미국·캐나다·호주 국적자는 2019년 112명으로 전체의 28.4%였으나, 올 1분기 44%(382명 중 168명)로 늘었다. 서구권 국적 외국인은 상대적으로 고가 아파트를 사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 2~3월 서울 인기 지역 아파트 값이 급등할 때 투자에 가세했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