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천장에 설치된 배관을 보호하는 보온재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피해를 더욱 키웠다. 올해 2월 6명이 숨진 부산 기장군 리조트 공사 현장 화재도 보온재에 떨어진 불티에서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건축법은 건물 실내 마감재를 난연성 재료로 사용하게 돼 있지만, 배관용 보온재는 실내 마감재에 포함되지 않아 해당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소방청이 무기 화합물 재질의 불에 잘 타지 않는 재질의 배관 보온재를 쓰도록 권고하지만, 실제 건설 현장에서는 시공이 까다롭고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불연성 재질의 보온재를 잘 쓰지 않는다.
경기도 시흥에서 공사 중인 주거용 오피스텔 ‘시흥 신천역 해링턴 타워 709’는 주차장 배관을 불에 잘 타지 않는 새로운 보온재로 시공해 주목받고 있다. 국내 단열재 전문 기업 대승산업이 방재시험연구원과 공동 개발한 ‘골드론 파이어컷’이라는 배관 보온재를 처음 사용해 화재 확산 위험을 대폭 낮춘 것이다. 알루미늄 필름과 망사 형태의 유리섬유, 흑연 등으로 제작된 이 제품은 화재 때 배관을 타고 불길이 확산하는 것을 차단한다. 기존 배관 보온재를 제거할 필요 없이 얇은 소재를 한 겹 덧씌우는 형태여서 시공이 편하고, 경제적인 것도 장점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차장 배관을 포함해 건물 내 화재 예방을 위해 불연 재질의 건설 자재 사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