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위기 지방의 대학 캠퍼스 부지와 유휴 건물을 활용해 중산층 대상 실버타운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백혜선 LH토지주택연구원 박사)
“신혼부부에게 출산 자녀 수에 따라 장기 거주가 가능하고, 집을 우선 매수할 수 있는 혜택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이영민 SH도시연구원 부장)
주거 불안 해소가 저출생 극복과 초고령화 사회의 핵심 숙제라는 공감대 속에 조선일보가 주최한 ‘2025 주거복지 콘퍼런스’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미래 세대를 위한 주거 안정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주제로 저출생 해소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 민간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청년부터 고령화 세대까지 세대별 주거 복지 방안을 놓고 열띤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는 진현환 국토교통부 1차관, 김성보 서울특별시 행정2부시장,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황상하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홍준호 조선일보 발행인을 비롯해 지자체와 공기업, 연구기관 관계자들과 일반 관람객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지난해 0.75명이었던 합계 출산율이 올해 2월 0.82명으로 작게나마 반등한 지금을 저출생 극복의 ‘골든 타임’으로 삼으려면 청년층과 신혼부부의 주거비 부담을 덜고, 공공과 민간이 힘을 모아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의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파격적인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장기 임대 중심으로 주거 안정 강화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기조연설에서 “과거 공공이 주도하던 주거 복지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새로운 주거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려면 지자체는 물론 건설업계와 리츠·보험사 같은 금융 등 민간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청년 세대를 위해서는 이들이 선호하는 도심지에 민간이 건설하고 공공이 운영하는 신축 매입 임대 물량을 대폭 늘리고, 고령 세대를 위해서는 가사 돌봄과 건강관리 등 서비스가 결합한 실버스테이 개발을 위해 민간 부동산투자회사(리츠)와 연계한다는 것이다. 진 차관은 “2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신유형 장기 민간 임대주택’ 등 앞으로 민간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김성보 행정2부시장은 신혼부부가 자녀를 낳으면 거주 기간이 늘어나고, 시세의 80%로 내 집 마련 기회를 제공하는 공공 임대주택 ‘미리내집’을 저출생 극복을 위한 주거 설루션으로 제시했다. 미리내집은 지난해 서울시가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내 300가구에서 입주자를 모집했을 때 최고 경쟁률이 213대1에 달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김 부시장은 “지자체가 청년층과 신혼부부에게 주거 지원을 집중할 수 있도록 임대주택 입주 조건을 조정할 수 있게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학과 연계한 시니어 주택 필요
패널 토론에서는 고령자를 위한 국내외 시니어 주택 현황과 지자체의 실험적인 주거 지원 정책 등을 통해 주거 복지 해법을 모색하는 발표가 이어졌다. 백혜선 LH 토지주택연구원 박사는 “시니어 주택 시장이 고소득자와 저소득자를 위한 집으로 양극화돼 있어 중위 소득 중장년 계층, 보통의 고령층이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며 “인구 감소 위기에 놓인 지방 도시를 살리고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해 지역 대학과 연계하는 실버타운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백 박사는 일본 마치다시 오비린 대학이 지자체와 연계해 대학 부지를 활용, 직접 시니어타운을 운영하는 케이스를 우수 참고 사례로 소개했다. 이병훈 인천도시공사 주거복지처장은 신혼부부와 신생아 가구를 대상으로 하루에 1000원씩, 월 3만원의 임대료로 최장 6년간 거주하는 인천의 ‘천원주택’ 정책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청년 세대의 내 집 마련을 돕는 ‘꿀팁’도 공유됐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갈수록 정부가 공공 분양 물량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에 무주택 가구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청년, 신혼부부 등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백인철 경기주택도시공사(GH) 기회수도기획처장은 목돈 없이 내 집 마련을 실행하는 방법으로 수도권 3기 신도시 등에서 추진하는 지분적립형 주택을 안내했다. 처음엔 분양가의 10~20%만 내고, 장기간 거주하면서 적금처럼 지분을 서서히 늘려나가 내 집으로 만드는 방식이다.